MB의 치명적 표현, 文대통령 두번 찌르다

[the300]盧 언급·靑 수사개입 시사해 '역린' 건드렸나..정국 후폭풍

김성휘 기자 l 2018.01.18 11:54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1.16. amin2@newsis.com

올 것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날(17일) 성명을 "분노" "모욕" 등 이례적인 강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 관련 현직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또 이만큼 강하게 표현한 건 전례가 드물다. 수사 국면에 주는 영향은 물론, 양 정치세력 각각의 결집과 국회에서 첨예한 충돌 등 후폭풍이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두 가지 점에서 이례적이다. 우선 전직 대통령 관련 수사라는 극히 민감한 주제를 직접 거론했다. 이런 경우 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정서다. 청와대가 이 전 대통령 성명 당일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이날, 참모들과 오전 티타임에서 작심한 듯 이를 언급했다.

표현이 매우 강력한 것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의 평소 언어는 품격과 절제, 공감을 강조한다. 각종 연설문도 그랬다. 이번엔 달랐다.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데선 글자 그대로의 '분노'가 전달된다. 그럼에도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은 아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 노코멘트라는 것은 어떤 말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어제 수준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 시간 숙고와 판단을 거쳐 내놓은 반응이라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 성명이 이처럼 문 대통령을 움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그 이후를 가장 가까이서 본 문 대통령에게는 가슴을 찌르는 듯한 말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때(2009년) 집권2년차의 '살아있는 권력'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다.

보다 더한 것은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검찰을 움직여 정치보복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정권과 검찰 등 권력기관의 밀월이나 유착관계를 끊고자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일이기도 하다. 비법조, 비검찰 조국 민정수석을 파격적으로 기용해 검찰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준 것도 그래서다. 

이 전 대통령 주장은 문재인정부의 이런 의도를 정면으로 의심하는 것이 된다. 왕조시대처럼 표현하면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결국 문 대통령의 입장을 "분노"와 "모욕"으로 압축한다면 분노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분, 모욕은 청와대가 검찰을 움직이는 듯한 주장에 대한 것으로 각각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개인적으로야 노 전 대통령 죽음 거론한 것에 상당한 불쾌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발언할 때는 그것을 넘는 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의 근간, 이런것을 흔드는 것에 연관있다"고 말했다. 

당장 검찰수사는 물론, 정치권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청와대 입장은 이 전 대통령 관련 검찰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재차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개입 않는다는 언급 자체가 정치적 배려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뚜렷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여야간 대리 공방전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파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직 대통령이 논란의 한 가운데 들어서는 파장과 부담이 있겠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입장을 냈다는 뜻이다. 그는 "적어도 정의롭지 않고 민주주의 가치를 흔드는 것에는 인내하지 말아야지 않느냐"고 청와대 기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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