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반문(反文)·안보' 중심 통합…반대파 '보수대야합' 맹비난(종합)

[the300]박지원, "수구보수대야합" 반발

김하늬 기자 l 2018.01.18 16:11
통합을 추진중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대표 안철수, 유승민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공동선언문 발표에 앞서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통합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부 갈등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는 '보수대야합'이라며 맹비난했고 다른 정당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통합개혁신당(가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4페이지 분량의 선언문을 번갈아 낭독하며 "오늘 저희 두 사람은 양당의 대표로서 통합개혁신당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했다"며 "강력하고 건전한 수권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며 '반문(反文)' 기조를 분명히 했다. 두 대표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두고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구에 매달리는 것은 이 정권이 그렇게 비난하던 박근혜 정부와 똑같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안 대표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만드는 사이에 청년실업은 IMF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며 "무능, 독선, 오만에 사로잡힌 민생대책들은 내놓는 것마다 시장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두 대표는 현재 상황을 '안보 위기'로 진단하고 대북 강경모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의 안보 정체성에 코드를 맞추면서 '보수 야합'의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비판도 제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는 안보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의지와 역량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중국 눈치만 보는 외교정책, 북한에 유화적인 대북정책으로는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개혁신당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쟁 억제와 북핵문제 해결을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와 유 대표는 그간 잡음이 많았던 양당간 정체성 차이에 대해선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안 대표는 "많은 공통점이 있지만 사소한 차이점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각됐다"며 "차이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고, 차이가 있다면 좁혀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도 "당 내부적으로 다른 부분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진행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 대해선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유 대표는 "정치보복이 돼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법치를 벗어나는 이이 되면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안 대표는 "사법적 영역이다.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법을 어긴 부분이 있다면 단호히 처벌하는게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통합 추진 강행보에 통합 반대파는 '보수대야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의 수구보수 선언을 했다"며 "역시 수구보수대야합"이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변인인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통합선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의원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는 즉각 반발했다. 운동본부 대변인 최경환 의원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촛불혁명을 거부하는 대야합이고, 평화개혁을 거부하는 반민주적 시도"라며 "오늘 시점으로 양당 내부에서 합당 반대 불길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최 의원은 "분당 위기에 처한 꼬마 안철수, 꼬마 유승민의 마이너스 합당은 보수패권 야합으로 결국 다당제를 죽이고 한국 정치를 무한대립 구(舊) 체제로 퇴행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과 정의당도 두 당의 행보에 혹평을 쏟아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소양마저 의심받는 정치인 안철수 대표와 최측근마저 떠나보내고, 떠난 최측근까지 비판하는 협량한 정치인 유승민 대표의 결합이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변인은 "상처뿐인 결합은 생존을 위한 그들만의 피난처일 뿐이고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당내통합도 못하는 지도자들끼리 통합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지방선거를 앞둔 떴다방 개소식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통합의 당위성을 설파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며, "안보불안을 자극해 모든 정치세력을 구태 정치로 싸잡아 격하하는 문법은 전혀 새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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