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 '미세먼지' 더 마셔야 되나요?

[the300][런치리포트-마스크의 경제학]4인가족 마스크 가격 10만원 훌쩍…전문가 "보편적 복지 측면에서 보급해야"

남형도, 이재은 기자 l 2018.01.19 05:00

#주부 김소영씨(34)는 최근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를 사려다 가격을 보고 멈칫했다. 비싼 마스크는 하나에 5000원씩 했기 때문. 미세먼지 차단율이 상승할수록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김씨는 가격 부담 때문에 미세먼지를 80% 정도 차단해주는 마스크를 구매했다. 그는 "미세먼지를 90% 이상 차단해주는 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비싸서 못 샀다"며 "가격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인 숨쉬는 권리에도 '빈부격차'가 생기게 됐다.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지만 가격 부담에 쓸 엄두도 못 내는 이가 있는 반면, 비싼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를 막는 신(新)풍경이 생겨서다. 이에 "가난해서 미세먼지를 더 마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가격 부담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늘면서 이를 '무상복지'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뿌연 하늘을 보는 날이 늘면서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지난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있을 때 마스크를 쓴다고 답했다. 올해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수도권에만 벌써 세 차례(1월14·16·17일) 발령되면서 마스크 착용 비율이 더욱 급등했다. 거리는 물론 버스·지하철 내부에서도 2명 중 1명꼴로 마스크를 쓴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부담스러운 마스크 가격이다. 지난해 G마켓이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1%가 '1만원 이상 20만원 이내'로 마스크 비용을 지출했다고 답했다. '1만원 이내'(15%)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20만원 이상 40만원 이내(10%)', '40만원 이상 60만원 이내(3%)' 순이었다.

직장인 윤영미씨(44)는 남편과 아들·딸 등 4인가족의 일회용 마스크를 최근 구매했다. 1개당 가격이 2000원짜리다. 4인가족(8000원)에 한 달치(이틀에 1개씩, 1인당 15개)를 사니 총 12만원이 들었다. 윤씨는 "통상 일회용 마스크는 오래 쓸 수도 없어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며 "요즘은 거의 매일 미세먼지가 나빠 가격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미세먼지를 덜 마시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가격이 가장 싼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고, 가격이 비쌀 수록 미세먼지 차단 비율이 높아져서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미세먼지 마스크 가격은 'KF80'(80% 차단)이 온라인 쇼핑몰 평균 800~1000원대, 'KF94'(94% 차단)가 1500~1700원대, 'KF99'(99% 차단)는 4000~5000원대다.

이에 국민의 건강 확보 차원에서 마스크를 무상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시는 공기만큼은 '빈부 격차'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정미 천안시 지역 아동센터 연합회장은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저소득층 수급자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사기가 어렵기 때문에 악영향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마스크를 보급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민 송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노인과 유아는 누구나 미세먼지 취약군이므로 재산에 따라서가 아닌, '보편적 복지' 측면에서 모두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보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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