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방남 중단 이유, 섣불리 예단안돼"…유감표명 거부(종합)

[the300]"北, 우리 언론 비판보도에 불편한 반응…평화올림픽 협조해 달라"

박소연 기자 l 2018.01.20 14:55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통일부에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단장 현송월) 방남 취소에 관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북한이 20일로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남측 파견을 전날 밤 돌연 중지하겠다고 통보한 것 관련 정부는 "이유를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차분히 지켜보며 대응해 나가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연락관이 오늘 북측 연락관에 개시통화를 하며 이유를 물었지만 별 언급이 없었고, 북한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언급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이 정상 가동하고 있고 어제부터 시작된 스위스 로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북한 참가 논의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차례 남북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어떤 대가를 얻어내려 한다거나 장애를 조성하려 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북측도 우리측이 제기한 것들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짧은 기간 동안 남측을 방문하는 준비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기 위해 진지하고 협조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로서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마음을 모아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계속되는 핵과 미사일 시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악순환 속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점점 높아졌다. 이제 막 어렵고 힘든 터널을 통과해 평화올림픽 계기로 평화로 가는 대화의 공간이 아주 조금 열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대화나 북한의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참가는 미국, 중국, 유엔 등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환영하고 지지하고 있고 IOC도 적극적으로 북한 참가에 대해 남북과 협의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아무런 설명 없이 전날밤 방남을 취소한 북한에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명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의도는 저희가 좀 더 앞으로 파악을 해 나갈 것이다. 북한이 알려올 수도 있고 IOC와 여러 종합적 판단을 해 필요하다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아직 북한의 사정이 어떤 것인지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는데, 한 쪽으로 넘겨짚으며 대응하는 것은 조금 시간을 갖고 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방남 중단의 이유는 추정할 수 없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언론의 보도를 문제삼았다. 그는 "최근 우리 일부 언론에서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과 관련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북측은 이런 우리 언론 보도에 대해 때때로 불편한 반응을 강하게 보여왔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도 북측의 리선권 단장이 우리 언론의 북핵문제 보도 등과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우리 기자분들께서 직접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단절되고 악화돼온 만큼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비판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서 또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해나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저희가 돌아가서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 대표단 참가 문제를 보고 우리 언론에서도 평창 평화올림픽 협조해주셨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오후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측에 보내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 파견과 관련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7명의 대표단을 20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하여 파견하며, 체류일정은 1박2일로 한다"고 통지했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같은날 밤 10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20일로 예정돼있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우리측 파견을 중지한다는 것을 알려왔다. 북측은 사전점검단 파견을 중단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일 브리핑을 열고 "우리측은 11시20분경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남북고위급회담 수석대표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북측이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 사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며 "또 우리측은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 방문과 활동에 대한 준비가 다 돼있는 만큼 남북이 일정을 다시 협의해 이행해 나가면 될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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