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정치 장벽' 허물자"…장벽위에서의 대화

[the300][젊은 정치][4]대한민국 정치 세대간 맞짱 토론②꼰대·정보·인맥·돈 장벽, 주제별 가상대화

김평화 기자, 김지수, 이수빈 인턴기자 l 2018.01.23 05:01

장벽은 '안'과 '밖'을 구분한다. 젊은 정치를 가로막은 장벽들도 마찬가지다. 벽을 허물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20~60대 전현직 정치인과 정치 지망생 총 20여명을 만났다. '젊은 정치'가 어려운 현실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세대 간 생각 차이는 극명했다. 기존 정치인들과 정치 '꿈나무'들은 서로를 오해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서 지적한 '4대 장벽' 위에서의 대화 형식으로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했다. 

◇"기득권에 막혔다"vs"세대 이분법적 대결 NO"

-황필환(정의당 여수시 지역위원장, 36): 청년 정치인들은 기득권에 막혀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쉽지 않다. 기성 정치인에게 '넌 아직 젊으니까', '기회가 많잖아' 등의 말을 듣는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 의원, 55): 세대 이분법적으로 대결을 펼치기보단 더 좋은 사회를 위해서 가치를 공유하고 연대해야 한다.

-김빈(민주당 디지털대변인, 36):86 세대가 살았던 청년 시기와 지금의 환경은 다르다. 피부로 느껴서 하나하나 내는 입법안들이 386이 듣고 이해하는 법안과 다를 수 있다. 더 좋을 수 있고 더 똑똑한 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내 피부, 내 친구 동생 형제자매들 이해하며 만든 법안이 어떻게 보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이윤정(자유한국당 광명시의원, 30): 청년 정치인이 청년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다.

-박찬대(민주당 의원, 51): 우리 당은 비교적 젊은 편이다. 나이가 많아도 청년에 대한 문제점은 모두 인식하고 있다. 

-정혜연(정의당 청년부대표, 29): 기득권이 우선 열린 자세로 청년들에게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양민규(신경민 의원 보좌관, 44): 노력은 하지 않고 선거 때만 '낙하산 인사'를 바랄 순 없다.

-김광진(전 국회의원, 37): 청년 정치인들은 집단에서 튈 수밖에 없다. 같은 실수를 해도 더 부각된다. 실수를 하는 정치인은 많은데 유독 청년이 더 프레이밍되는 경향이 있다.

-조성주(서울시 노동협력관, 40): 부족하겠지만 우선 기회를 줘야 한다. 기회가 있어야 역량을 키우고 증명할 수 있다. 의원 보좌관 등 정치 일자리부터 늘려주면 청년들이 그 자리에서 정치 배워나갈 수 있다. 

-이재영(자유한국당 청년최고위원, 43): 꼭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자기 영역에서 성과를 내다보면 영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젊은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 시간이 많다는 것 아닌가? 실력 키우면서 기다리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

-정유진(바른정당 서울시당 청년위원장, 37): 30대에 자기 영역에서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꼭 다른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만 정치를 잘하는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발굴해 교육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이광재(여시재 원장, 53): 중요한 것은 정치가 직업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직업인이 아닌 소명의식과 사명의식 , 절실함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보 비대칭', 연대가 해법?

-이동현(더불어민주당 성동을 대학생위원장, 26): 젊은 정치 동료들 보면 선거 방법을 모르겠다고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당헌당규에 다 공개돼 있다. 시도당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있다.

-김승현(전 신학용 의원 비서관, 32): 기본적인 선거 규칙을 아는 것만으로 선거에 승리할 수 있을까? 기득권은 선거 과정에서 필요한 여러 정보들을 사전에 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비기득권은 사후에 정보를 알게 된다. 이러한 시간 격차가 선거 중 여러 이슈 대응에 유불리를 야기할 수 있다.

인맥장벽도 문제다. 정치권에서 잘 훈련받은 청년이라도 자기 지역으로 와서 지방선거를 준비하게 되면 다시 시작이다. 지역 유지들의 인지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현재 상황에서 정치 인맥도 확보하고 지역 인맥도 같이 있으려면 나이가 필요하다.

-양민규(신경민 의원 보좌관, 44): 중앙·시당 청년위원회 보면 위원장이 자기 지지하는 청년위원들 없이 타이틀 하나만 달고 있다. 청년들이 연대해서 지역사회에서 봉사도 하고 다양한 사업 통해서 정당 홍보도 해야지. 그러면서 위원장이 자기 정치 인맥, 지역 인맥 만들고 선거 출마도 하는 것 아니겠나?

-이인영(민주당 의원, 55): 소위 86세대들은 청년들이 학생운동하고 민주화운동하면서 연대했다. 그러다가 2000년쯤 돼서 운동 못지않게 정치로 바꿀 영역이 많아졌다 싶어서 정치로 들어온 것이다. 

-김승현: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요즘 2030 세대들은 독재를 모르고 민주주의로만 살아왔다. 86세대와는 다르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이슈에는 큰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지금은 현실적인 세부 이슈들에 대해 정확한 타겟팅이 필요하다. 

그렇게 청년 지지자들을 모으더라도 그들을 당원 가입으로까지 이어지게 하기는 어렵다. 어르신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 가입에 거부감이 적지만 청년들은 정당 가입의 필요를 절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초의원 공천 경선의 경우 당원 경선이 대부분이다. 기득권과 지역 유지들이 권리당원 확보부터 선점해 청년 입장에서 공천 경선이 쉽지 않다.

◇'청년은 돈이 없다'→'돈없으면 정치를 못한다'→'청년은 정치를 못한다' 

-박찬대(민주당 의원, 51): 우리나라는 철저히 돈없으면 정치 못한다. 후원금도 1년에 1억5000만원밖에 못받는다. 

-황필환(정의당 여수시 지역위원장, 36): 여수시장이 꿈이다. 성인되고 민주당 일반당원으로 들어갔다. 정치 도전해보려니 '공천'이라는 큰 벽이 있었다. 공천하려면 돈을 어느정도 써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청년 나이를 35세로 낮추자는 얘기가 있었다. 최종적으론 45세가 됐다. 이거 보고 기득권이 민주당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탈당했다.

-이인영(민주당 의원, 54): 요새 돈쓰는 정치는 많이 사라졌다. 돈이 있으면 어드밴티지(장점)를 많이 가질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다. 지명도 등 중요한 게 많아 꼭 돈이 중요하진 않다.

-박해랑(국민의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29): 보통 기초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는데 청년이 돈을 벌어도 얼마나 벌었겠나. 그렇다고 기초의원, 광역의원은 후원회를 둘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출 혹은 부모님께 지원을 받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담되는 건 사실이다. 

정치권 청년에게도 빈부격차가 있다. 정치권의 빈부격차가 바로 정책의 빈부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장경태(민주당 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35): 이제는 내돈 안쓴다. 사람들 두면 돈을 쓰는건데. 청년들이 정치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정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시스템 바뀌지 않으면 들어올 청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안희정(충남지사, 53):뭐든 자기꺼를 꼬라박아야(투자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승부가 안 난다. 개인 돈 전체를 꼬라박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큰 선거든 작은 선거든 단위나 크기 상관 없이 그당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서 승부내는 것이다. 정치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느 직업이든 어느 연령대든 뭔가에 탐험가 정신을 갖고 있는 인생은 청춘이다. 도전정신을 갖고 있다면 우리 모두 젊은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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