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北 평창행, 순수한 마음이라 하기 어려워…단일팀은 잘한일"

[the300]"평창 이후 대북압력 강해질 것, 화해무드 지속 어려워…北 대우 의연하게 당당히 해야"

박소연 기자 l 2018.01.25 15:59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클럽 오찬 세미나에 참석해 평창올림픽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5일 "북한이 순수한 마음으로 평창에 왔을 걸로 믿고 싶은데 저희 과거 여러 경험 볼 때 꼭 그렇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평창올림픽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주제로 열린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 초청 한미클럽 오찬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1월9일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을 통해 단일팀을 구성하고 여러 긍정적 요소가 많이 나왔는데, 많은 국민들이 흥분도 하고 우려도 하고 양분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기조연설 초반 평창을 '평양'으로 잘못 말해 즉시 정정했고, 좌중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말이 헛나왔는데, 요즘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양해해 달라"고 위트있게 받았다. 


반 전 총장은 "과거 북한의 행태가 늘 어려운 경지에서 평화적 제스처를 취해왔다. 안보리의 10개에 걸친 제재와 안보리결의 2397호처럼 상당히 강한 제재로 전세계에 대북제재에 동참해야겠다는 각오를 갖고있는 상황 하에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걸 모면하기 위해 나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제가 틀리길 바라지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단 평창올림픽은 남북 합의대로 평화적으로 성공적으로 하도록 불만과 우려가 있어도 협조해서 해야 한다"면서도 "(평창올림픽 이후엔) 군사회담 하기로 남북이 합의했으니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 위한 회담으로 실질적 협의를 해나가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문제가 생기고, 북한이 오판하거나 오기로 다시 도발할 경우 국제사회에 초래되는 반응은 여러분이 상상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작년 초에 제가 '진보적 보수'라 했다가 많이 비판을 받았는데 제가 진보적이고 온건한 면도 있는데, 북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생각하기가 어려운 경우를 많이 제 자신이 당했고, 우리 국민도 많이 당했다. 늘 주의를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이후 국제정세에 대해 반 전 총장은 "북한 태도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압력과 제재는 작년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중국도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는데, 이제 시진핑이 '대문에 불 붙으면 본채가 위험해진다'고 했다. 불을 끄려면 중국도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여러 상황을 보면 화해무드가 (평창올림픽 이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며 "과거에 보면 (북한이) 늘 큰 행사 이후 도발적 언사나 행동을 많이 했다. 2월8일로 인민군 창건일을 35년 만에 다시 옮겼단 것도, 2월9일(올림픽 개막식) 하루 앞두고 옮긴다는 게, 한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환대해 보냈는데 그 답이 2월8일 열병식이란 것도 심상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대북 '저자세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국에서 약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좀 걱정스럽다"며 "남은 기간 우리가 잘 신경써서 북한에 대우도 이제 의연하게 자신감 갖고 당당하게 하자. 상대방 입장만 감안하지 말고. 우리가 그렇게 환영했는데 우리 대표단 갔을 때 저기서(북한) 한 명도 나와있는 것 같지 않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의 방남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현송월이 왔을 때 한국 언론에서 보여준 태도는 한국사람으로서 상당히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마식령 갔던 우리 점검단에 대한 보도는 봐도 잘 안 나오던데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정상 30명 이상이 온다는데 자기 선수들이 많이 비춰지길 바랄 것"이라며 "북한 응원단, 선수단만 보여준다? 호기심이 크겠지만 잘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패널로 참석한 한 일간지 정치부장은 "저희도 (우리측 점검단) 소식이 궁금한데 전해져오지 않는다. 신속히 보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단일팀 구성과 동시입장은 전 아무런 이의가 없고 차라리 바람직하다 생각한다"며 "우리가 같은 민족이고 과거 선례도 9번이나 있어서(동시입장) 큰 문제가 될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정에서 국민들하고 소통이 부족했다든지 선수들에게 허탈감을 준 건 청와대 당국자도 간접적으로 잘못을 시인한 걸 봤다"며 "또 너무 이걸 흥행 비슷하게 올리고 이게(북한 참가) 전체인 것처럼 언론을 통해서 한다는 건 과도했단 생각이고 국민들이 많이 혼란 느낀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올림픽이 너무 정치화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엔에서는 스포츠를 통한 평화와 발전이 중요한 아젠다로 돼있다"며 "평창올림픽이 남북 화해를 도모하는 데엔 좋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걸 어떻게 운용해 나가느냐, 너무 과도하게 북한측에 이용될 가능성에 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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