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만원 데이터요금제 나온다면...

[the300][MT리포트-보편요금제①]월 2만원에 1GB·무료통화 200분 요금제 출시 의무화 추진…업계 '위헌적 발상'

임지수 기자 l 2018.01.26 03:01


월 2만원대로 음성통화 200분과 1GB(기가바이트)데이터를 쓸 수 있는 저가 데이터요금제가 나올 수 있을까.

정부가 이같은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데이터요금제 중 가장 싼 상품은 월 3만2890원(부가세 포함)짜리 요금제다. 이보다 1만원 가량 더 저렴한 최저가 데이터요금제 상품을 추가해 국민들의 가계통신비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가 내세운 보편요금제는 상품 구성면에서 기존 이통사들의 데이터요금제와 차이가 있다. 기존 3만원 짜리 데이터요금제의 경우, 유무선 음성통화가 무제한 공짜다. 반면 보편요금제는 음성통화 시간이 3시간 20분으로 제한된다. 이후 음성통화를 더 사용할 경우 쓴 만큼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대신 기본 데이터량은 보편 요금제가 훨씬 이득이다. 기존 3만원짜리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기본 제공량이 300MB에 불과하지만,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1GB다. 월 1만원 가량 저렴하면서도 데이터 제공량은 3배 이상 많다.

이용자 입장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평소 음성 통화량이 많은 이용자의 경우, 보편요금제의 매력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200분의 무료 음성 통화시간은 그저 하룻밤 통화량에 불과한 이들도 제법 있다.

반면 3만원짜리 요금제 가입자 중 음성통화보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경우라면 보편 요금제가 유리하다. 현재 SK텔레콤은 월 3만9600원에 데이터 1.2GB를 제공한다. KT는 월 3만8390원에 1GB, LG유플러스는 월 3만9490원에 1.3GB 데이터를 각각 제공한다. 데이터 위주로 쓴다면 보편요금제로 갈아탈 경우 월 1만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관건은 음성보다 데이터 통화가 더욱 많아지는 추세다. 데이터 제공량이 통신 요금제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보편요금제 출시로 데이터 요금제 최저가가 낮아지면 상위 요금제도 덩달아 가격을 낮출 공산이 크다.

그러나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반드시 법을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6월 SK텔레콤의 보편 요금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법 개정안을 국회 제출할 계획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의 보편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한다면, KT와 LG유플러스 등 후발 사업자들도 동일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과정이 순탄치 않다. 전세계적으로 정부가 민간 통신 사업자의 요금 설계권에 직접 개입한 전례가 없다는 게 부담이다. 민간 기업 경영의 자유 및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했다는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되레 정부의 보편 요금제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월 2만원대에 음성 무제한에 데이터 2GB까지 줘야한다고 요구한다. 이는 현재 이통 3사의 4만대 요금제에 가능한 혜택이다.

‘통신비 포퓰리즘에 기대 민간 사업자의 자율영업을 제한하는 극단적 규제책이냐’ ‘데이터 시대 국민들의 통신 복지 향상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냐’는 보편요금제 관련 가치 판단이 올해 정보통신(ICT)업계의 최대 딜레마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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