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중국의 T·M·D 삼총사가 실리콘밸리를 뒤집어 놓았다

[the300][중국의 힘! TMD]① 30대 창업가가 이끄는 젊은 기업…기업가치 에어비앤비·스페이스X 넘어서

유희석 기자 l 2018.01.30 05:30

-30대 창업가 퉈탸오·메이퇀·디디추싱, 에어비앤비 넘어서
-'카피캣' B·A·T와는 다르다. 4차 산업혁명 화두로 무장
-"실리콘밸리가 틀렸을 수 있다" 반성 일기도


지난해 말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의 음식배달 서비스 메이퇀-덴핑(Meituan-dianping, 이하 메이퇀).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탈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300억달러(약 34조원)로 평가됐다. 세계적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293억달러)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215억달러)를 제친 것이다.

중국 차세대 스타트업의 부상이다. 2000년 전후 닷컴버블 당시 등장했던 검색의 바이두(Baidu), 전자상거래의 알리바바(Alibaba), 게임과 메신저의 텐센트(Tencent)의 뒤를 30대 창업가들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뉴스앱 진르퉈탸오(Toutiao·이하 퉈탸오), 음식배달의 메이퇀, 차량공유의 디디추싱(Didichuxing)이다. 기업가치가 죄다 300억달러가 넘는 이 삼총사는 앞 글자를 따서 T·M·D라 불린다. 이들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자신들만의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 T·M·D라는 세 글자는 B·A·T와 함께 중국 IT(정보기술)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포털과 게임의 1세대 벤처에 눌려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 동안 중국에서는 새로운 젊은 스타트업 영웅들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퉈탸오의 장이밍은 34세, 메니퇀의 왕싱은 38세, 디디추싱 청웨이는 34세이다. 창업 10년도 안 된 젊은 기업이다.

더욱이 이들은 '카피캣' 선배들과는 다르다. 비록 1세대 창업가들은 "고양이를 베꼈지만 호랑이로 만들었다"며 항변하지만 카피는 이들에게 원죄이다. 바이두는 구글을, 알리바바는 아마존을, 텐센트는 카카오톡을 모방했다. 하지만 T·M·D는 인공지능,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공유경제라는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누구보다 먼저 비즈니스로 구현했다.

퉈탸오는 인공지능(AI)을 독자의 소셜미디어 계정과 연동해 귀신같이 개인에 최적화된 뉴스를 보여준다. 퉈탸오를 보고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자 한 명 없지만 매일 이곳을 찾는 독자가 1억명이다.

메니퇀은 O2O 서비스, 즉 모바일·온라인으로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강자이다. 하루 주문량만 1000만건이다. 불룸버그는 "14억 인구의 식욕을 해결하는 사실상의 독점 서비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공유경제의 대명사이다. 자전거 공유, 우산 공유 등 중국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한판 경쟁을 벌여 우버의 중국 내 자산을 모두 인수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제는 T·M·D 삼총사가 미국 기업을 인수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퉈탸오는 최근 미국의 스마트폰 동영상 편집 앱 플리파그램과 립싱크 동영상 제작 앱 뮤지컬리를 인수하면서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다.

T·M·D의 부상은 세계 IT를 지배해온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가 과연 최선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까지 던지고 있다. 메이퇀에 투자한 세콰이어캐피탈 창업자 마이클 모리츠는 '실리콘밸리는 중국의 리드를 따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제목의 지난 17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밤낮,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격렬하게 일하는 중국 개발자들이 실리콘밸리가 일하는 방식을 구식으로 보이게 한다"며 "불평으로 가득한 실리콘밸리가 중국에 패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그의 칼럼은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어 놓으며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복지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이상적이라면 왜 중국을 걱정하는가? 중국인들이 아무리 죽을 때까지 일해 봐야 똑똑하게 일하는 미국인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면 말이다. 문제는 그 명제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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