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신의 직장' 금감원 통제받나…공공기관 지정 놓고 신경전

[the300][공공기관 신규 지정①]공운위, 31일 회의 열어 신규 공공기관 지정 여부 결정

세종=양영권 기자 l 2018.01.31 08:32

"'신의 직장'에 대한 견제" vs "금융감독기구 독립성 훼손"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될지 31일 판가름이 난다. 금감원의 비리와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해서는 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칫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해쳐 '관치'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정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신규 지정 여부를 논의한다. 회의에는 김동연 부총리를 비롯해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 차관급 인사와 민간 공운위원 9명이 참석한다.

◇연봉 1억 신의 직장, 채용비리에 가상통화 추문까지

최대 관심은 금감원이다. 금융기관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때 공공기관에 지정됐다. 하지만 2009년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공공기관에서 제외됐다. 공공기관에 준하는 경영 공시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었다.

최근 들어 부원장보 등 고위 간부들이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고, 직원들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적발되는 등 부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융기관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가상통화 정책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에 파견된 금감원 직원이 정부 대책 발표 직전 가상통화를 팔아 넘긴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방만 경영 역시 끊임없이 지적된다. 금감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016년 기준 9697만7000원이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KDB산업은행 정규직 평균연봉 9390만2000원보다 많다. 공공기관 평균 보수 6607만3000원과 비교하면 46%나 높은 '신의 직장'이다. 금감원장의 연봉은 3억5426만9000원으로, 산업은행장 1억8337만9000원의 2배에 가깝다.

이에 기재부는 금감원을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감원이 약속했던 경영공시도 부실하게 하고 있고, 채용비리라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해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지정 권한은 기재부 장관이 갖고 있다. 정부가 출연해 설립되거나 정부 지원액이 총 수입액의 2분의1을 초과하는 기관, 정부 지분이 일정비율 이상인 기관 등이 대상이다. 여기 해당하지 않아도 구성원 상호 간의 상호부조와 복리증진, 권익향상 또는 영업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기관의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와 협의한 뒤 공운위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감원 통제는 독립성 원칙 훼손" 정치권까지 가세 =

금감원은 현재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로부터만 업무·운영·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 산하 공운위로부터 보수, 경영실적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안을 통합 관리 받는다. 공운위는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임원 임명과 해임, 해임 건의 권한까지 갖는다.

또 대차 대조표와 채용 정보, 입찰 공고 등 40여개 항목을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정기 또는 수시 공시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위의 권한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29일엔 김동연 부총리를 만나 지정 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논란에는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정부가 금감원 통제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금융감독업무에 관한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고, 국제기구가 권고한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는 등의 의견서를 채택했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을 소관 부처로 두고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다.

반면 금융감독이 보다 투명하게 이뤄지려면 정부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금융감독 기능은 본래 국가 기능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을 일원화해야 하는 게 옳다"며 "불가피하게 이원화해야 한다면 대안으로 금감원을 공공기관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운위 회의에서는 현재 공공기관 가운데 정부 통제가 가장 약한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는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강원랜드를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안도 논의된다. 수서고속철도(SR)를 공공기관 신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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