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만원이 60만원으로…'워너블'의 예매실패기

[the300][이주의 법안]③SNS 통한 개인간 거래 넘어 암표거래 중개상도 등장…처벌 근거는 없다시피

이수빈 인턴기자, 백지수 기자 l 2018.02.02 04:37

워너원 멤버 박지훈. /사진=워너원 공식 블로그


‘프로듀스101’을 통해 탄생한 보이그룹 워너원이 지난해 12월15~17일 데뷔 후 첫 단독 팬미팅 콘서트를 개최했다. 나의 ‘한픽한픽’으로 탄생한 워너원의 첫 출발을 축하해주러 ‘워너블(워너원의 팬덤 이름)’이 간다! 기다려라!


◇단 몇 초만에 경쟁에서 낙오…“얼마면 되니!”


공연 두 달 전, 지난해 10월24일 오후 8시 정각. ‘I’모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워너원 공식 팬클럽 워너블 회원들을 상대로 한 선예매가 시작됐다. 8시 정각이 되자마자 사이트에 뜬 공연 좌석창을 ‘광클’했지만 결과는 예매 실패. 총 4회 공연, 약 3만석이 몇 초 만에 매진이다. 이 많은 표는 누가 다 사갔을까.


트위터에 접속했다. 트위터는 아이돌 팬덤의 주된 소통 창구다. 검색창에 ‘#양도’ 태그를 검색했다. 남는 표를 양도한다는 글, 표를 못 구했으니 양도받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양도하겠다는 글엔 웃돈을 ‘선(先)제시’하라는 조건이 써 있었다.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5만5000원으로 정해진 가격이 있었지만 그 가격은 이제 잊어야 한다.


표를 양도하겠다는 몇몇 판매자(?)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을 보냈다. 워너원을 보기 위해 돈 좀 쓰는 게 대수인가. 심호흡을 하고 15만원을 불렀다. 선예매 실패 후 양도 시장에서는 기본이 20~40만원이다. 무대에 가까운 자리일 수록 가격은 하늘 모르고 뛴다. 10배가 넘는 경우도 종종 있다. 15만원 정도야 양반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이 없다. 15만원은 너무 약했던 모양이다. 가격을 올려 다시 거래해보려다 트위터 대신 ‘티켓베이’에 들어가 시세를 알아봤다.  ‘티켓베이’는 개인간 티켓 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판매자가 표를 팔겠다고 올리고 구매 의향이 있는 사람이 구매 의사를 밝히면 티켓베이 측에서 수수료를 받고 안전거래를 보장해 준다. 공개된 ‘암표’ 거래 사이트인 셈이다.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 ‘아이템베이’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니 티켓베이가 2016년 한해동안 벌어들인 매출이 약 8억원이다. 이중 상당수는 워너원을 비롯한 아이돌 콘서트 표 거래가 벌어다준 수익일 것이다. 티켓베이에 올라온 워너원 콘서트표 가격은 역시나 부르는 게 값이었다. 60만원까지 올라있었다. 5만5000원에서 60만원으로……. 지훈아, 60만원이면 너를 볼 수 있는 거니?


◇제 멋대로 암표상들, 처벌할 수는 없을까?


공연날이 다가올수록 콘서트표 값도 오른다. 이 사이 일반 팬들과 ‘플미충(암표상)’ 간 머리싸움이 벌어진다. 플미충들이 가격을 올리는 탓에 보통의 팬이 피해를 보는 일이 대다수지만 거꾸로 플미충이 일격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플미충들에게 표를 살 것처럼 접근해 ‘플미표(웃돈이 붙은 표)’의 예매번호와 예매자 정보 등을 알아낸다. 그리고 이를 캡쳐한 화면을 소속사에 제보, 불법거래 정황을 알려 플미충을 골탕먹이는 것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공연 예매가 차단되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인데 물론 법적인 처벌은 없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에서는 암표 매매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지는 알 수 없다. 처벌된다고 해도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에 불과해 ‘플미충’이 얻는 이익에 턱없이 못미친다.


트위터와 티켓베이 등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워너원 콘서트표 가격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몇십만원 짜리 ‘플미 티켓’이라도 사야할까 망설인다. 그러나 아직 학생인 나에게 60만원은 워너원에 대한 사랑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고가다.


또 5만5000원짜리를 60만원에 팔아 54만5000원의 이득을 얻는 ‘플미충’이 너무 괘씸하다. 진짜 콘서트를 가려고 예매한 아이돌팬이 아니라 처음부터 웃돈을 붙여 팔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업자들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팬심을 우롱하는 ‘매크로 업자’들에게 몇십만원의 이익을 안겨주면서까지 콘서트에 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팬심일까, 자문하게 된다.


그렇다면 누가 팬심을 보호해줄 수 있을까? 경범죄 처벌법이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소속사나 공연예매 사이트 업체 차원에서라도 규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인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매크로로 공연 입장권을 예매한 아이디를 블랙리스트로 올리고 예매가 불가능한 아이디로 변경한다”며 “다만 회사로서도 이 이상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크로 ‘플미충’ 때문에 흘린 워너블의 눈물, 누가 닦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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