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3관왕' 도전하는 문재인 '시즌2'

[the300]

박재범 기자 l 2018.02.07 04:28
정치권의 시계는 선거에 맞춰져 있다. 우리의 생활 사이클과 다르다. 분당(分黨), 창당(創黨) 등의 뉴스가 나오면 선거 시즌이 다가온 거다. 큰 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 정도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선거 2번(2018년, 2022년), 총선 1번(2020년)을 치른다. 1998년, 2002년 2번의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을 치른 김대중 정부 사이클과 같다.

지방선거는 여당에 불리하다. 과거 여섯 번의 지방선거 중 여당이 이긴 게 딱 한 번이다. DJ 집권 4개월만에 치러진 1998년 지방선거 때다.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광역단체장 6명을 배출한다. 야당인 한나라당(6곳)과 동수였다. 그나마 공동정부를 구성했던 자유민주연합이 4곳을 차지하고 서울시장(고건)을 국민회의가 챙겨, 여당의 승리로 평가됐다. 새 정부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됐을 시점인 것을 감안하면 여당의 ‘신승’이다.

나머지 지방선거는 모두 여당의 패배였다. 2002년 지방선거 때 여당은 4곳을 차지하는 데 머문다. 여당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후보가 흔들린 배경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지방선거에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단 1곳만 챙기는 참패를 당한다. 한나라당은 12곳을 먹었다. 기초단체장 숫자는 열린우리당 19, 한나라당 155, 광역의원 숫자는 80 대 557이었다.

보수정권도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때 야당인 민주당은 7곳을 챙겨 여당인 한나라당(6곳)을 제쳤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에서도 야당이 이겼다. 박근혜 정부도 징크스를 피하진 못했다. 새누리당 8곳, 새정치민주연합 9곳으로 야당이 승리했다. 집권 2년차에 치른 선거여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방선거 패배 후 오히려 여당은 총선에서 승리한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이 2000년 총선에서 패배한 게 또하나의 특징이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이 교묘하게 엇갈리는 것도 비슷하다. 이렇게 선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 선거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선거보다 DJ정부 초기 선거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통령 지지율, 여당에 대한 기대 모두 높다. 야당은 상대적으로, 또 절대적으로 약하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져도 그만, 밑질 게 없다. 한 곳이라도 승리하면 경사다.

반면 여당은 이겨야 본전이다. 이기는 것도 ‘압승’이어야 한다.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있다. 다당 구도도 생경하다. 연대를 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공격 앞으로만 외칠 수 없는 상황이 딜레마다. 국회 의석 때문이다. 현재 여당과 제1야당의 의석은 각각 121석, 117석으로 4석 차이다. 아차하면 역전이다.

처한 상황에 따라 전략 전술이 다르다. 야당은 지키기다. 지방선거에 굳이 원내 의원을 차출할 필요가 없다. 반면 ‘압승’해야 하는 여당의 고민은 깊다. 베스트 멤버를 뽑자니 국회 의석이 걸린다. 원내 1당의 몫인 국회의장은 포기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소 4곳, 많게는 10개 남짓의 ‘미니 총선’이다. 개헌도 챙겨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세 개의 전쟁을 준비하고, 훈련하고, 치러야 한다. 하나라도 삐끗하면 흔들린다. 상품은 뻔하다. ‘착한 문재인과 적폐청산’의 ‘시즌 2’. 대통령의 지지율과 과거 청산은 버릴 수 없는 카드이자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다만 6월까지 별 탈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최저임금, 부동산, 교육 등 위기 요인은 ‘시즌 2’의 재미보다 피로함, 지루함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야당 입장에서 ‘시즌 1’을 들고 대선을 치를 때와 2018년은 다르다. 청와대와 여당은 ‘시즌 2’뿐 아니라 더 치밀한 전략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트레블(3관왕)’은 그래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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