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 심해도…입법·교육현장에서 '소통'하는 교문위

[the300][런치리포트-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사용설명서]①여야 의원실 보좌진 모아 간담회 열고…소관 정부 부처와 국감 결과 등 적극 의견 교환

백지수 기자 l 2018.02.07 04:00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자택 압수수색을 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정역사교과서 문제로 홍역을 앓던 교육부 이준식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2016년 말, 광장의 촛불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촛불 바람을 일으킨 곳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회의장이었다.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의 각종 문화·체육계 비리가 드러났다. 국회 교문위 국정감사가 촛불을 이어 국회 탄핵안으로 이어졌다.


교문위는 여야 대립이 가장 심한 상임위원회로 꼽힌다. 문화·체육 분야는 작은 부분이다. 주력 분야인 교육계에선 지난 정부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했다. 지금도 교문위의 불씨 중 하나다.


교육과 문화, 체육, 관광까지 국민 누구나 밀접하게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분야를 총망라한 곳이 교문위다. 특히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 문제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 교사 등 다양한 계층의 관심을 받는다. 복잡한 정치 상황까지 겹쳐 여야 갈등이 일상이다. 그만큼 교문위엔 쟁점 법안 비중도 다른 상임위에 비해 많다.


교문위는 이같은 어려움을 ‘소통’으로 뛰어넘고 있다. 상임위를 무대로 활동하는 다양한 ‘선수’들끼리 자주 만나는 것이 비결이다. 그 배경에는 정재룡 수석전문위원을 비롯한 22명의 교문위 공무원들이 있다.



◇기본은 ‘법안 검토 보고’라는 철학 = 교문위 법안 처리를 이끄는 인물이 유성엽 교문위원장이라면 법안 처리를 물밑에서 돕는 교문위 공무원들의 총괄 책임자가 정재룡 교문위 수석전문위원이다. 올해로 국회 생활 30년차인 정 수석전문위원은 “양질의 검토보고서가 양질의 법안을 만든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검토보고서가 법안 심사의 핵심 자료인 만큼 의원들이 보고서만 봐도 법안의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극심한 쟁점이 유발되는 10% 정도의 법안을 제외하고는 검토보고서에 법안에 대한 가부 등 명확한 검토 의견이 들어가야 한다고 동료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가부 결론을 내기까지 교문위 소속 각 의원실은 물론이고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관 부처를 직접 나서 만나는 것은 기본이다.


◇국회 최초로 의원실-행정실 머리 맞댄 교문위=‘양질의 검토보고서’를 위해 교문위는 직접 소통의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해 3월엔 교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보좌진들과 각 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실 관계자들의 간담회를 주최했다. 국회사무처 역사상 최초였다. 간담회 당시 약 40명의 보좌진과 당 전문위원들이 교문위 전문위원들과 만났다. 이들은 교문위의 법안 검토나 상임위 운영 절차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회 후에는 역시 국회 최초로 교문위 소관 정부 예·결산 예비검토를 의원실과 협업했다. 통상 상임위 예·결산 검토는 입법 전문가인 입법조사관들과 전문위원들만 정부와 논의하는 것이 관례였다. 각 의원실들은 검토가 끝난 후 보고서만 받았다. 정 수석전문위원은 “의원실 입장에서도 오히려 전문위원실에 여러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의원실과 상임위 공무원들이 긴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교문위는 일회성 국감 NO =교문위는 국회의원실과 소통 기회를 늘리는 한편 소관 정부부처인 교육부 등과 끊임없이 접촉한다. 그 성과물이 2015년부터 매년 발간한 ‘국감 결과 시정 조치상황 점검 결과 보고서’다. 교육부와 공공기관들이 국감 때 지적받은 부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교문위 전문위원들이 점검한 내용이다. 정부도 자체적으로 시정 보고서를 내지만 이를 재점검하는 것이다.


다른 상임위는 하지 않는 활동이다. 정 수석전문위원이 교문위에서 일하게 된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매년 비슷한 질의가 이어지는 영양가 없는 국감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의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유성엽 위원장도 지난해 10월31일 교육부 종합 국감에서 이를 언급하며 의원들에게 박수를 청하기도 했다.


◇국회 울타리 넘어 국민들과도 소통=교문위는 자체적으로 교육계 전문가들을 초청한 입법 세미나도 매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교육계 현안이었던 정부의 방과후학교 선행교육 허용과 관련해 입법 절차적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교문위는 올해도 전반기 국회를 마무리하는 5월 중하순쯤 교육 현안에 대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토론 주제로 공교육 정상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교문위 차원의 활동은 아니지만 정 수석전문위원은 개별적으로 국민과 소통한다. 지난해 3월부터 그는 전국의 대학들을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국회의 운영과 입법 활동 관련 강연을 한다. 강연 대상이 대학생들인 만큼 입법조사관 채용 정보 등 후임 양성을 위한 정보 제공도 곁들인다. 그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오해와 진실을 풀기 위한 것”이라며 “일종의 사회 공헌이자 재능기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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