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남고 사라진 '올림픽', 외교무대 된 평창의 모순

[the300][춘추관]

김성휘 기자 l 2018.02.08 15:36
【강릉=뉴시스】 추상철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입촌식이 열린 8일 오전 강원 강릉올림픽선수촌 국기광장에서 북한 선수단과 올림픽공연단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8.02.08. scchoo@newsis.com


【강릉=뉴시스】 추상철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가 시작된 8일 오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대한민국과 핀란드의 경기. 장혜지가 스톤을 던지고 있다. 2018.02.08. scchoo@newsis.com


올림픽 정신은 평화다. 올림픽의 기원이 된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제전부터 그랬다. 도시국가로 뿔뿔이 흩어져 반목하던 그리스 각국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때만큼은 전쟁도 금지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잊혀진 고대의 올림픽에 주목했던 이유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처한 정치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없을 이 기회를 남북대화, 북미대화와 한반도 평화진전의 디딤돌로 삼고자 했다. 사실상 지난해 5월 취임하자마자 이런 노력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만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남북대화 재개의 단초가 된 것은 지난 7월 독일 공식방문 때 발표했던 베를린 구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G20 정상회의차 독일을 찾고, 현지에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독일 평화의 상징인 베를린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간 접촉을 제안했다"며 "이것이 결실을 봐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실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성과를 결코 폄하할 수 없다.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이 차례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문 대통령과 대표단의 정상급 회동도 유력하다. 한 차례가 아닐 수도 있다. 올림픽 이후의 평화도 중요하다. 특히 한반도 평화는 남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안전과 생존에 직결되므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북한의 응원단보다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환한 미소가 조명 받지 못한 것은 짙은 그림자를 남긴다. 스포츠는 땀흘린만큼 보상받는다는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 외의 가치를 덧붙이는 것은 사족일 수 있다. 그런데 평창 하면 북한과 미국만 생각난다. 스포츠와 선수들 자체에 대한 조명은 그만큼 줄었다. 한반도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무겁게 평창을 짓누른 건 아닐까.

아이스하키 단일팀도 정치와 결합해 비로소 조명 받는 케이스다. 관심을 받고 '비인기' 설움을 날릴 수는 있지만 올림픽에서 올림픽이 사라진 듯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5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 개회식에서 "스포츠가 정치와 이념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평창이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 말했다. 올림픽은 스포츠 정신만으로도 값지다. 평창을 '결정적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그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올림픽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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