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의 조건, 정치력·협상력에 '격'까지…누가 적임자?

[the300][런치리포트-남북정상회담]③임종석, 조명균, 서훈, 이낙연 등 거론

최경민 기자 l 2018.02.20 04:06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이낙연(왼쪽부터) 국무총리,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2017.05.10.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대화 기조가 이어지고, 북미관계까지 개선의 여지가 포착될 경우,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대북특사 파견 여부가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과 회담의 의제·형식·조건 등 포괄적인 의제를 논하기 위해서다.

대북특사 후보자를 고려함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과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때(2000년)는 당시 박지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임동원 국정원장이, 노무현 정부 때(2007년)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장이 특사로 활동한 결과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대통령의 최측근 혹은 정권실세(박지원·정동영), 대북정책 책임자(정동영), 국정원장(임동원·김만복)이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북측에 전달할 수 있고, 어느 수준의 재량권이 있을 정도의 실권자이면서,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이 대북특사로 갔던 것이다.

또 하나의 고려 대상은 사실상 대남특사로 방남을 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국무위원장(김정은)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 밝힌 김 부부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이다. 김일성의 직계가족인 이른바 '백두혈통'의 첫 방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재량권'을 가질 정도의 최측근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었다. 대북특사도 정치적 위상에 보다 초점이 맞춰질 여지가 큰 셈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특사에 걸맞는 인사로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 실장 본인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통일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와 전문성도 나름 갖췄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로 파견을 가며 양국 간 이슈를 원만히 해결한 실적도 있다. 다만 보수진영이 임 실장을 꾸준히 '주사파'라고 비판해온 점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문성에 무게를 둔다면 서훈 국정원장이 빠질 수 없다. 대북협상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가 서 원장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박지원 특사를 수행해 북측과 협상을 했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하고 정상선언문 작성 과정에도 관여했다. 이외에도 수차례 북측과 접촉한 경험이 있다. 기밀을 다루는 현역 국정원장 특성상 공식적인 활동 보다는 '수면 아래'에서 활약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 2018.01.10.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주무장관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전문성을 갖췄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협상 등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으로 활약했고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해 회의록을 작성했을 정도로 경험이 많다.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면은 단점이 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대북특사를 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실세 장관'이었던 것과 차이난다.

'격'을 따졌을 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야 한다는 말도 있다.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방남을 했기 때문이다. 북측의 대남특사에 이은 대북특사를 고려할 때 '격'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총리가 제격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의 2인자로 지나치게 상징성이 크다는 점, 정치적으로 여권에서 '비주류'에 가까운 인사라는 점 등은 변수다.

한편 정부는 대북특사와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과 향후 진행될 '협상'을 고려했을 때 섣불리 앞서 나가는 것도 이로울 게 없다는 말도 나온다. 북미관계 등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이 갖춰지는 게 우선이라는 기류다. 통일부는 19일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에 대해 "아직 정부의 입장이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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