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세탁기, 美 보호주의 보는 文대통령 시각 드러내다

[the300](종합)靑 "공정하지 못한 체계란 문제의식..안보-통상 논리 별개"

김성휘 기자,최경민 기자 l 2018.02.19 18:59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8.02.19. amin2@newsis.com


'GM과 세탁기'.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한국GM의 군산공장 철수와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강력 대응을 정부에 지시했다. 두 사안에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동시에 기존 무역 시스템 등 근본적 문제를 이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우선 한국GM 군산공장은 단순 고용문제를 떠나 문재인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만약 문을 닫으면 약 30만명, 정부추산으로 15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것도 사회안전망 등이 수도권보다 약한 지방 일자리다. 전국의 1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가 15만2000명이다. 

'일자리정부' 문재인정부로선 치명적이다. 게다가 호남의 경제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다가올 6월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설 이전, "산업통상자원부가 대응할 것"이라던 청와대가 연휴 직후 문 대통령 직접 언급으로 선회한 데엔 이런 배경이 있다. 

문 대통령의 표현도 강했다.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고용재난지역) 지정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대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며 "군산경제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실직자 대책을 위해서는 응급 대책까지 함께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더 복잡한 문제다. 미국은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품목에 대해 수입규제를 확대했다. 한국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으면 문 대통령 집권 2년차 경제성적에 당장 빨간불이 들어온다. 정부 성적은 결국 경제에서 판가름난다는 걸 집권세력도 안다.

미국과 통상 분쟁은 안보와도 직결된다. 한미동맹은 경제와 안보의 결합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이 한국의 외교 안보 자율권을 확대하는 대신, 경제에 보다 이해타산으로 접근한다고 본다. 미국이 그동안 강력한 안보동맹임을 고려, 한국과 무역 이슈에 정치적 고려를 해왔지만 이 기조가 바뀌었다는 거다. 최근 잇단 수입규제 확대는 문재인정부의 이른바 '운전자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큰 틀에서 상호 의존이 강한 동맹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GM과 세탁기'가 한·미간 본격 통상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단 점에 시선이 쏠린다. GM도 미국 기업이다. 

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나가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다루는 통상분쟁에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때부터 한·미 FTA에 대해 이 체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통상 문제가 제기되니 FTA 문제도 같이 공개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FTA가 최상위 법인 반면 미국은 연방법이 이에 우선하는 등 불공정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라며 경제이슈의 안보 영향에는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8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에게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풀어줄 것을 즉석에서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의제로 준비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청와대가 이 발언을 뒤늦게 공개한 건 이런 강력대응 기조 영향이다. 다만 이 요청이 상황을 호전시켰는지, 반대의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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