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사용설명서

[the300]종합

이건희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8.02.21 08:57
갈등과 합의 사이…'맞잡은 손' 핵심인 환노위



극한 갈등과 극적 합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를 수식하는 대표적인 말이다. 근로시간, 최저임금, 경력단절 문제를 비롯해 가습기살균제,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이슈를 품고 있다. 최근 국가적 문제가 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선언도 노사 간 구조 문제 등이 화두가 되면서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를 쥐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환노위에선 '갈등 조정 능력'이 핵심 능력이 된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진통과 다름없는 협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환노위의 주요 업무다.

◇"환노위의 상징? 맞잡은 손!"=악수하는 모습. 환노위의 의안, 행정사항을 총괄하는 김양건 수석전문위원에게 환노위의 이미지를 묻자 답한 내용이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환노위에서만 12년 넘게 일했다. 입법조사관, 전문위원을 모두 거친 사실상 '환노위 전문가'다. 그의 손을 거친 주요 법으로는 고용보험제도 도입 관련 법, 정년연장법,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등이 꼽힌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환경과 노동 업무를 위해선 전문성이 많이 요구된다"면서도 "모든 현안을 해결 할 때 합의를 이뤄야 시너지가 생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가 손을 맞잡고, 사람과 자연이 손을 맞잡는 모습이 환노위하면 떠오른다"고 강조했다.



◇"환노위 어려워"…의원들도 고민하지만=환노위는 총 15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상임위다. 상설 상임위 중 정보위 다음으로 의원들 숫자가 적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환노위의 업무가 삶과 직결되면서 동시에 합의가 어려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위원회에 배속된 의원들의 열의와 전문성은 "뛰어나다"고 김 수석전문위원은 전했다. 그는 "환노위 모든 의원들의 업무 습득 속도가 어느 상임위보다 빠르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환노위 의원들이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출근하다 난 사고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획기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환노위는 '큰 인물' 배출소?='고생 많은 곳'으로 소문난 환노위지만 고난을 통과한 의원들 중 소위 '유력 정치인'이 많이 배출됐다. 정당에서 현재 대표를 맡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환노위원장 출신이다. 전현직 원내대표를 지낸 민주당 우원식, 한국당 김성태·정우택 의원도 환노위에서 활약했다.

현직 고용노동부 장관인 김영주 장관(민주당)도 환노위원장을 지냈다. 김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민주당 의원, 이인제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환노위를 거쳤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환노위가 갈등을 치유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이곳을 거친 뒤 큰 역할을 하는 정치인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정년 60세 연장법' 합의처럼…'악수'를 꿈꾼다=2013년 환노위는 '정년 60세 연장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정년 연장'은 현재 '근로시간 단축'처럼 노동·경제계의 첨예한 대립사항이었다. 고용주의 임금부담, 청년일자리 감소 등 갈등 요소가 충분했지만 여야 간사들은 합의를 이뤄냈다. 그때 여당 간사는 현재 한국당 원내대표인 김성태 의원, 야당 간사는 현재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의원이었다.

19대 국회였던 당시를 김 수석전문위원은 "이론적 배경을 갖춘 전문성 있는 의원들도 많았고, 현장 출신 의원도 알맞게 조화를 이뤘다"며 "여야 간사가 통과가 가장 어려웠다는 정년연장법을 통과시켜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추억한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20대 국회 환노위도 "서로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모색하는 능동적인 곳"이 되길 소망한다. 그는 "소위에 계류된 500여건의 법안 모두를 의원들과 논의해 발의된 법안들의 취지가 온전히 공유되고 현실적인 내용은 입법으로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올해 목표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 화학물질, 수질 등 환경 관련 문제가 복잡·다양해지고, 청년실업률 문제 등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개선 등의 현안들이 시급히 해결할 과제"라며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미세먼지…환노위에 쌓인 짐



"이달 안에는 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적잖은 의원들이 지난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다짐하듯 남긴 말이었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주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과제는 지난 19대 국회부터 합의 시도돼 20대 국회 후반기 과제로 넘어왔다.

환노위가 다뤄야 할 과제는 근로시간 문제에 그치질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 △여성의 경력단절 △미세먼지 심화 △가습기살균제 등 화학물질 안전 등이 모두 환노위에 쌓인 짐들이다.

김양건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앞서 제시한 이슈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진행중' 근로시간 단축=김 수석전문위원은 "고용노동 분야에선 첫째로 근로시간 단축 입법이 중요하다"며 "근로시간 관련 대법원 판결이나 정부의 행정해석 폐기로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갑작스런 인건비 부담 증가로 우리 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환노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기업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하지만 여야는 △기업 규모별 유예기간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의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당은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와 주휴일 근로시 1.5배 대체휴일을 도입하는 중재안 격의 검토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환노위 내 합의가 필요하다.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은 환노위의 '현재진행형' 과제인 것이다.

◇모두의 고민거리 '최저임금'=최저임금 역시 환노위가 눈여겨 보는 이슈 중 하나다. 올해 7530원이 된 최저임금을 두고도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뒤섞이는 상황이다.

환노위 관계자들도 양측의 고민을 이해하고 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급증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제도의 도입취지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합리적 조정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저임금과 관련한 결정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다. 환노위 의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막는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보완·해결책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미세먼지·화학물질…국민 건강도 환노위 몫=계절을 가리지 않고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 문제도 환노위가 들여다보는 문제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자동차, 발전소 등 미세먼지 배출원별로 체계적인 저감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미세먼지 특별법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보급 활성화 방안도 함께 논의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환노위 의원들도 앞다퉈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민주당 강병원·신창현 의원은 지난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특별법을 각각 발의했다. 다른 의원들도 △대기환경보전법 △실내공기질 관리법 △환경정책기본법 등 미세먼지 관련 법 개정안을 제안하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본회의를 통과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역시 환노위가 고민한 사안이다. 소기의 성과를 이뤘지만 각종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김 수석전문위원 역시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활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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