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키워드는 '핵동결'…평양으로 공 넘어갔다

[the300]文대통령 비핵화 단계적 접근방식 언급…北美 중재 본격화

최경민 기자 l 2018.02.26 17:18
【평창=뉴시스】추상철 기자 =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폐회식을 관전하고 있다. 대통령 내외 옆으로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보자관, 중국 여성 정치인 류옌둥 국무원 부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윗줄 오른쪽부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2018.02.25. sccho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막을 내린 후 문재인 정부는 '북핵'이라는 다음 숙제에 직면하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한 핵동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이를 바탕으로 북미관계의 진전이 이뤄져 남북정상회담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최근 북한이 북미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을 보이고 있고, 미국도 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빨리 마주 앉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신이 지론인 단계적 접근방식(핵동결→핵폐기)을 바탕으로 북미 관계를 중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우선 핵 실험 중지를 선언하고, 미국도 '핵폐기' 보다는 '핵동결'에 초점을 맞추는 선에서 일단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군사적 긴장 부터 낮춘 후,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까지 달성한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준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다. 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방남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폐회식 때는 방남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이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남북 최고위층, 그리고 국정원(남)-통전부(북) 간 채널도 공식화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북핵의 실마리가 없이는 더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관계는 가까워졌지만 북미관계는 제자리에 가깝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등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미국측 인사들은 북측 대표단과 악수 한 번 나누지 않고 돌아갔다. 이방카 보좌관이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며 "최대한도의 압박 전략을 재확인했다"고 하는 등 메시지는 여전히 강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대북 해상차단을 위한 조치를 추가로 발표했다. "제재의 효과가 없으면 2단계로 갈 것"이라며 "2단계는 매우 거칠 수도 있고,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군사옵션을 재차 거론한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미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백악관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며 비핵화 원칙을 시종 강조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과 군사적 대립도 불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협상장에 나서야 한다. 협상의 창구는 서울에 만들어져 있지만 이 방식도 무조건적이지는 않다. 문 대통령이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북미관계의 진전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보좌관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남북대화가 별도로 갈수 없다"고 했고, 남북정상회담을 요청하는 김여정 부부장에게 "우선 여건을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할 차례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평양으로 돌아가면 협상의 전제조건이 최소 '핵동결' 임을 보고할 것이다. 체제존립을 걸고 개발해왔지만 아직 미완성에 가까운 핵무기의 지속 개발에 나설지, 협상장에 나설지를 택해야 한다. '전쟁은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진 문재인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각종 채널을 통해 유일한 협상장으로 김정은을 유인할 수 있게끔 나설 것이다.

25일 문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선(先) 핵동결, 후(後) 핵폐기라는 출구로 나와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의 반응은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면담 이후 남북 양측은 북미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핵동결을 전제로 한 협상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도 있다. 26일 김 부위원장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에 협력한다"고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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