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는 '양날의 검'?

[the300][이주의 법안]②미투 피해자 신상보호막도 사라질수 있어

김민우 기자 l 2018.03.09 04:02


미투(#MeToo)열풍이 한국사회를 강타하면서 피해자의 폭로를 막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법상 허위 사실뿐 아니라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최대 2년 징역이나 50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투 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영화배우 오달수, 전 국회의원 정봉주, 드러머 남궁연 등이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폭력 여부는 법적으로 진위가 가려지겠지만 폭로가 '진실'로 밝혀지더라도 명예훼손죄 적용 여부는 별도로 따져봐야한다.  

성폭력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역고소 당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최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법안이 줄을 잇고있는 이유다. 관련법안은 크게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형법개정안'으로 나뉜다.

황 의원안은 '인터넷을 통한 사실적히 명예훼손죄 폐지법'이다. 미투운동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인터넷상에서 미투로 인해 처벌받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반면 금 의원안은 출판물 등 오프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적용치 못하도록 하는 안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법안이 동시에 논의 돼야 한다. 

그러나 사실 적시 명예회손죄는 양날의 검이다.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미투 운동에 나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없애는 것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들춰냈을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면 피해자의 신상보호라는 보호막도 사라진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 돼야할 부분들이다. 

현행법에는 이미 진실한 사실의 발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땐 처벌하지 않는 예외조항(형법 제310조)이 있다. 이 법안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현행법의 테두리안에서 미투폭로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 역시 보호받을 권리라는 주장과 진실한 사실이 발설됨으로써 실추될만한 명예 등은 '허명'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충돌한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양측의 논리가 충돌하고 있어 실제 법안이 개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부분이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특례법 제정이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반면 미투폭로가 허위일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무고죄'는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투열풍을 계기로 화두에 오른 만큼 국회에서 이런 부분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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