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협상 빈손으로 '결렬'…14일 오전 재협상(종합)

[the300]與 "시간이 없다" vs 野 "국회가 개헌해야"…한국 "'관제개헌' 오점" 비난도

백지수 기자 l 2018.03.13 17:09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국회발 헌법개정안 마련과 각종 개혁·민생 법안 처리 등의 논의를 위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문재인정부의 개헌안이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된 가운데 국회가 개헌안 발의를 위한 막바지 협상에 나섰지만 각 당 입장 차이만 재확인하고 소득을 얻지 못했다.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은 다음날 오전 다시 모여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약 2시간 이야기를 나눴지만 개헌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운영위원장인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회동 후 취재진에 "오늘은 아직 합의가 안 됐다"며 "다음날 오전 10시20분에 다시 이 장소에서 3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여당의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개헌의 시간이 닥쳐왔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개헌 관련 일정을 비롯해 국회가 해야 할 일들을 잘 정해 볼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비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관제 개헌'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관제 개헌안'을 준비·발의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분권형 개헌을 통한 21세기 대한민국,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약속이어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말로만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회가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회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비난하기 전에 국회가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서도 여야는 각자 엇갈린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 원내대표가 "한국당은 정부 개헌안 준비를 핑계로 개헌 논의 진척을 아직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정부 개헌안을) 정략 개헌·관제 개헌·헛발질 개헌안이라고 하는 한국당의 주장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한국당의 당론보다도 중요하고 우선시 돼야하는 것은 국민의 뜻이고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국회안 발의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민주당에 다그치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원내책회의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개헌했다는 시늉이 아니라 내실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여당에 경고했다.


다른 야당들도 청와대가 직접 개헌안 발의에 나서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은 청와대가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 주도·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지방선거 동시 개헌이라는 3대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한 협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평화당도 논평에서 "개헌안은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맞다"며 "대통령 개헌안에 국회가 들러리 서는 식으로 해서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대변인은 "절차적으로 국회에서 합의를 통해 개헌안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시기에만 집착해 성급하게 대통령이 개입해 개헌을 추진할 경우, 개헌 논의 자체가 불발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경고했다.


다만 평화당은 한국당에도 일침을 가했다. 최 대변인은 "자유한국당 역시 개헌논의에 있어 무조건적 반대와 비타협적 태도에서 벗어나, 전향적으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이정미 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께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이 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은 헌법상 권한은 맞지만 현재 국회 구도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다면 그대로 국회를 쪼개버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3분의 2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의조차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개헌을 둘러싼 책임 공방만 남게 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들과 오찬을 갖고 개헌 자문안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안 발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자문안을 토대로 마련한 개헌안을 오는 21일 직접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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