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원룸관리비 규제법

[the300]종합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우경희, 백지수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l 2018.03.16 09:49
부실한 임대차보호법, 민달팽이세대 울리나



혼자 사는 20~30대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인 가구는 540만 가구로 5년 사이 100만 가구 이상 증가했다. 전체 가구 중 28%가 1인 가구인 셈이다. 30대가 95만명으로 가장 많고 20대가 93만 명이다. 20~30대 1인가구만 200만명에 달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결혼을 안 해서다.

 

1인 가구는 매년 증가해 2045년 810만 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각종 국가 시책에서 1인가구는 소외되고 있다. 2012년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은 1인 가구를 건강가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주거정책, 조세정책 등에서 1인가구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

 

청년 1인가구의 또 다른 이름은 ‘민달팽이 세대’이다. 달팽이 중 껍데기집이 없는 달팽이가 민달팽이다. 살 곳을 구하기 힘든 청년세대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말이다.

 

30세의 ‘민달팽이’ 이 모씨는 매달 25만원의 월세를 내며 원룸에 살고 있다. 그가 내는 관리비는 월평균 10만원에 가깝다. 별도로 내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외에 4만원의 관리비를 임대인에게 지불한다. 공공전기료, 공동수도료, 청소비 같은 명목이다. 이 씨가 억울해하는 것은 불명확한 내역이다. 계량기가 별도로 설치돼 있지 않아 집주인의 요구에 따라 수도요금, 일률적인 관리비를 낸다. 심지어 한여름 전기요금은 누진제 적용을 받는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관리비 문제는 주택임대 소득과세와도 연관된다. 두 채 이상으로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상이거나 세 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임대소득은 과세의 대상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집주인들은 월세를 올리는 대신 관리비를 올려 받으려 한다. 관리비는 임대소득으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세금을 덜 내며 소득을 늘릴 수 있다.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월세와 관리비 비중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월세를 깎아주고 그만큼 관리비를 올리는 방식이다. 이것이 ‘민달팽이’와 ‘건물주님’의 계약방식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원룸 관리비 규제법’이다. 1인 가구 등 소규모 가구가 증가하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주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세대수의 다가구주택은 아파트나 연립주택과 달리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임대인이 청소비, 수리비, 관리비 등 명목으로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원룸에 사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임대인의 부당한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임대료 외의 다른 명목의 비용은 그 용도와 금액을 계약서에 명시하자는 것이 김 의원의 해법이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 2015년 서울시는 청년주거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을 통해 대학가 주변 원룸관리비 실태를 조사하고 ‘원룸 관리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룸 관리비 기준, 관리비 분쟁유형 대처법, 그리고 관리비 항목이 포함된 주택임대차계약서 서식을 제시했다. 갑자기 관리비 인상을 요구하거나 보험료, 장기수선충당금처럼 임차인이 내지 않아도 되는 항목을 부과하거나 과다비용 청구 등에 대한 대처 방안을 담았다.

 

또 관리비를 포함한 계약서 작성 및 관리비 사용내역 통보 의무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장자료로 임대계약의 참조자료로서만 사용돼 현장에선 결국 의미를 상실했다. 입법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 법은 타당한가?" = 청년들이 주로 사는 300실 이하 오피스텔이나 원룸은 주택법이나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관리비 공개나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의무도 없다. 입주자대표회의 같은 세입자 대표 기관도 없다.

 

아파트보다 비싼 관리비를 지불하는 오피스텔, 내역공개나 신고, 감독도 없는 관리비를 내는 원룸 임차인은 집주인인 ‘건물주님’이 요구하는 돈을 대로 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입법과정에서 관리비 규제가 월세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 20대 국회가 개원한 후 현재까지 30건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체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 △현재 2년인 임대차계약기간의 연장 △표준임대차계약서 도입 등을 담았다.

 

'원룸 관리비 규제법'도 표준임대차계약서와 맞물려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난 2년간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심지어 법안소위에서 상정만 두 차례 이뤄졌음에도 심의가 불발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률이다. 반면 주택이나 상가 임대차 관련 ‘정책’은 국토교통부 업무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법무부에서 국토부로 이관하거나 최소한 공동소관으로 하자고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법무부는 ‘계약과 권리관계’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임차인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도 마찬가지이다. 권리관계와 주거복지의 긴장 또는 갈등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논의를 더디게 만드는 원인이다. ‘장님을 이끄는 장님’, 민달팽이 세대 모두들 구렁에 빠뜨릴 것인가.


관리비 투명화가 골자…세입자는 정말 편해질까




# 올해로 자취 생활 10년차 직장인 A씨(28)는 최근 자취방을 네 번째 옮겼다. 긴 타향살이에 임차 계약도 이제 익숙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인 것이 있다. 원룸 관리비다. 월세 외에 매월 5만원 가량의 청소비와 기타 관리비 등을 내지만 이 돈이 진짜 청소에 쓰이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집 주인에게 따지고 싶어도 "싫으면 나가라"는 반응이 돌아올 게 뻔하다. 왜냐? 혼자 사는 사회 초년생 세입자는 을(乙)이니까. 이씨뿐 아니라 다른 원룸에서 거주하는 친구들도 관리비에 의문이 많다. 처음 입주할 때 고지된 관리비는 해가 바뀌자 어느새 올라있다. '(건물)주님'이 수리비 등의 명목으로 어느날 갑자기 추가 관리비를 청구하면 억울하다. 하지만 마땅한 집 구하기도 변변찮아 울며 겨자먹기로 오른 관리비를 내고 만다.


임대인이 원룸·오피스텔 등의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관리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다.


주로 혼자서 원룸촌 등에 방을 얻어 사는 청년 1인 가구들은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이들에게 계약 당시 고지받지 못했던 관리비를 갑작스레 청구받거나 해마다 오르는 관리비 등은 현실 문제다. 관리비가 어떻게 산정된 것인지 어디에 쓰이는지 내역을 투명하게 알고 싶다는 수요가 충분하다.


김 의원 개정안의 신설 조항이 이들의 수요를 반영했다. 신설 조항 조문은 "임대인은 월차임(월세) 외에 청소비·수리비·관리비 등 다른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임대차계약시 그 용도와 금액을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방을 계약할 때 관리비의 세부 항목과 각 금액, 총액 등을 모두 계약서에 적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내용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관리비 청구 계획을 세부적으로 명시해 계약서로 만들어 두면 계약서 '을'인 청년 세입자들이 임대인의 부당 행위에 항의할 근거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호응도 있다. 원룸에 사는 직장인 이덕현씨(29)는 "원룸에 살면서 부당한 관리비가 청구돼도 이웃과 소통이 없어 단체 행동도 어려워 결국 개인적으로 집주인과 싸워야 한다"며 "관리비가 투명화되고 서류로 근거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불합리함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임대를 하는 임대인들 중에는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반응도 있다. '적정한' 관리비를 산정하기 위한 또 다른 비용이 영세 임대인들이 부담을 늘리고 이 때문에 월세 등 다른 명목으로 세입자에게 다시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관리비 산정과 정산에 관해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라면 통상 임대인에게 주택 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측면에서 임대차 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임차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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