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베트남에 "불행한 역사 유감..미래 위해 힘모으자"

[the300]23개항 미래공동선언, 호치민 거소 참배…MB구속엔 언급 안해(종합)

하노이(베트남)=김성휘 기자 l 2018.03.23 16:59
【하노이(베트남)=뉴시스】전신 기자 = 베트남을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를 들으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18.03.2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과거사엔 유감, 현재는 매직(마법), 미래는 발전.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갖고 베트남전 등 과거사에 유감을 표명했다. 아울러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힘 모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한-베트남 매직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노이의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양 정상은 특히 베트남은 한국의 4대 교역국, 한국은 베트남의 2대 교역국일 정도로 경제교역이 활발한 것을 더욱 발전시키자며 투자·교역·방산 등 23개항 협력 선언에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의 과거사 인식은 유감표명으로 나타났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공동언론발표에선 "한국은 베트남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지뢰 및 불발탄 제거, 병원 운영, 학교 건립 등을 통해 양국 국민 사이의 우의가 깊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부는 당시 교전이 치열했고 지금도 낙후된 곳이 적잖다. 꽝 주석은 회담 비공개 시간에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현재관계는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 사례를 들며 '매직'이라고 호평했다. 지금같은 교류 속도라면 2020년까지 양국 교역액을 1000억달러로 늘린다는 우리 정부 신남방정책의 목표 달성은 물론, 내년에는 베트남이 우리의 3대 교역국이 될 전망이다. 양 정상은 이런 관계를 미래에도 지속발전시키자며 한국이 베트남의 소재·부품산업을 지원하고 교역 제도도 개선하는 등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은 상호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 한-베트남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 노력,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협상을 연내에 촉진할 것 등을 담았다.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EAN)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이 참여한다. 양 정상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MOU(양해각서) 6건의 체결식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의 유감표명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발언과 비슷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유감'은 그보다 한 발 더 나간 측면도 있다. 의사표시는 하되, 또다른 베트남전 참전국들과 국내 여론 등을 의식해 적절한 수준의 표현을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꽝 주석의 안내로 주석궁 옆 호치민의 거소(살던 집)를 둘러보고 "국민들이 이렇게 존경할 만한 위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검소하던 호 주석의 면모에 "이 세상의 정치인들이 호치민을 본받는다면 부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MB) 구속 관련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접 발언할 경우 정치보복 논란을 키울 수 있는데다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해외순방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4일 베트남을 떠나 UAE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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