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34세의 젊은' 강남구청장

[the300]

박재범 기자 l 2018.03.28 04:30
#‘젊은’ 도전자가 있다. 말 그대로 젊다. 이제 36세, 만 나이로 34세다. 현재 직업은 강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청장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은 서울 강남구다.

사실 젊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다. 누군가에겐 미래이고 누군가에겐 과거다. 그에겐 현재다. 그 젊음을 정치에 던진다. 정치는 갈수록 늙어간다. 지난해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5.5세. 2020년 임기 마지막해가 되면 이들의 평균 나이는 59.5세, 환갑이 된다.

머니투데이 더300의 연간기획 ‘젊은 정치’에 따르면 청년들이 정치 진입에서 느낀 가장 큰 장벽은 ‘나이’였다. “다음 기회에…” “아직 젊잖아…” “경험이 좀…”. 젊음을 누르기 위한 기성세대의 단골 메뉴다. ‘젊은 정치’를 내걸고 뛰는 이의 발을 슬쩍 건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테니스 스타 정현 같은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이율배반적이고 약간 비겁하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31세), 저신다 뉴질랜드 총리(37세) 등 30대 지도자들은 지방기초단체 등에서 정치를 경험했다. 이들은 “다음 기회에…”라는 말 대신 “이번에…”라는 격려를 들었을 거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미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이 된 게 35세 때다. 빌 클린턴은 서른 두살에 아칸소 주지사가 됐다. ‘젊음’은 ‘경륜’과 경쟁할 수 있는 요인이지 양보할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성장’한다. 민주당 당직자 생활을 하던 그는 2014년 강남구의원에 출마한다. 주위의 반응은 대부분 ‘뜬금없다’였다. 선배들은 “강남구의원에 나가면 구의원 한번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그는 모험을 감행한다. 결과는 최연소 서울시 구의원 당선. 만 서른 살의 구의원을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냉소와 무시는 4년이 지난 뒤 사라졌다.

구의원이 할 일이 구청과 구청장 감시라면 그의 실력은 검증됐다. 그는 ‘신현희 강남구청장 저격수’로 통한다. ‘강남구 댓글부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강남구 관련 언론 보도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하하고 신현희 강남구청장을 찬양하는 댓글이 연달아 달린 사건이다. 그는 이 댓글을 쓴 누리꾼들 아이디가 강남구청 직원들의 아이디와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슈화했다.

또 신 구청장이 19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내용도 터뜨렸다. 신 구청장은 구속됐다.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이 인정돼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재선의 구청장을 상대하는 초짜 구의원을 보고 무모하다고 했다. 지겹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잘못을 보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됐다.

#강남이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의 텃밭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만한 험지가 없다. 4년 전 서울시 시의원 후보조차 못 낸 곳이다. 역대 강남구청장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지난 총선, 대선을 거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지만 쉽지 않은 곳이다. 그 곳에 민주당 깃발을 들고 뛰어든다. 당내 눈치를 보기보다 현수막을 내걸고 구민들을 만난다. “애송이” “구의원 따위가 구청장을…”이란 현실적 편견의 벽에 부닥친다.

강남의 이미지는 성공, 부자 등이다. 그는 여기에 젊음을 더한다. 역동적 강남을 그린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강남의 상징은 테헤란 밸리였다. 지금은 강남하면 아파트를 떠올린다. 강남 브랜드를 아파트에서 스마트도시로 변화시키려는 노력, 그 자체가 도전이다.

6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그의 정책 고민은 삶과 직결된다. 보건소를 찾고 어린이집을 찾다보니 눈에 보인다. ‘애 키우는’ 구청장에겐 생활이 곧 의견 수렴이다. 무모한 도전인지, 무한 도전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민주당과 강남은 젊은 도전자, 성장하는 정치인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할 만 하다. 민주당과 강남이 그를 선택할 만한 용기를 가졌는지와 별개로 말이다. 그의 이름은 여선웅이다. 여선웅같은 젊은 정치인이 6·13 지방선거에서 활약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젊은 도전자의 숫자에 비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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