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책의 내실화, 비혼모 지원

[the300][워킹맘 좌충우돌](15)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8.04.02 11:55
얼마 전 엄마들이 함께하는 모임에 참석하였다. 아이들 친구 엄마의 자격으로 서로 간에 친분을 가지자는 이른 바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이었다. 여러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한 엄마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제가 젊은 나이에 OO이를 낳게 되어 어린 나이부터 애를 혼자 키워서요, 공부하고 일하고 이리저리 시간을 빼려면 잘 나지를 않아요. 앞으로 모임 참석 못해도 양해 부탁드릴게요." 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 수긍하며 다른 주제로 전환되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직업 탓일 수도 있으리라.

최근 ‘젠더’ 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관련하여 다양한 여러 이슈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가족 형태의 인정과 합리적 지원’ 이라는 측면에서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폭시킬 적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물론, 비혼부 또한 존재한다. 비혼부와 관련하여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한다.) 

비혼모라는 용어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비혼모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표출되기까지 이 시대의 패러다임도 함께 변화 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이제 내실을 함께 다져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2015년 발표된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모자가구가 전체의 47.3%, 그리고 자녀 연령이 미취학인 경우가 전체의 13.8%, 초등학생인 경우가 32.9%로 모자 가구의 절반 정도가 초등학교 이하의 자녀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한부모가구의 월평균소득은 월 189만6000원 수준으로, 2014 전체 평균 가구 가처분 소득( 2014 가계금융 복지조사 390만원, 2014 가계동향조사 430만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다. 취업 상태를 보면 그 현실은 더욱 냉혹하다. 

현재 취업상태인 '한부모'들은 전체 조사응답자의 87.4%로 거의 90%에 달하였으며, 이러한 취업자비율은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의 전체 고용률 60.2%이나 40대 전체 고용율 79.1%보다 꽤나 높은 수준이다. 반면에 최근 3년 간 취업 혹은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8.8% 수준으로 일하는 한부모들에게 시간 지원, 현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이 나타난다.

또한 2010년 미혼모 양육 및 자립 실태 조사(여성가족부)에 의하면, 응답자의 82.8% 가 만 5세 이하의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6세~11세에 해당하는 경우도 15.3% 에 이르렀는데 이는 영유아 및 초등 학령기까지까지가 자녀 연령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조사이고, 가족의 다양성이 그간 더욱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지금의 현실은 더 심화되었거나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비혼모의 수는 2만 5000명 정도로 집계된다(통계청, 2017).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나라는 모든 아이와 부모가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한부모 가정, 그리고 이중 삼중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비혼모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더욱 절실하다. 특히 생계와 가사, 자녀 양육에 더해 학업까지 병행하여야 하는 청소년 비혼모들은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더욱 보듬을 필요가 있다. 결혼해서 생성된 가정이라는 전제가 포함된 용어인 엄마, 아빠가 아닌 ‘아이의 부모’ 가 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조건을 막론하고 어떤 환경에서라도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정서적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저출산 해소라는 명명화된 목적 하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책을 내 놓아야 하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지만, 저출산 해소라는 큰 틀에서 정책 우선 순위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보듬는 따뜻한 마음과 관심 역시 필요할 것이다. 젠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요즘,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집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한다. 

서울시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 양육 환경 개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강화한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동 정책은 가사지원, 아이돌봄서비스, 정서적 지원 등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체계로 진행된다. 이러한 지자체 정책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갈 때 우리가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돌봄의 사각지대를 매우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여가부의 올해 주요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 양육 및 자립지원 확대’ 다. 이러한 정책들이 공허한 전시 행정의 하나에만 그치지 않도록, 그리고 포용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일환으로 저출산 정책의 성공 척도에 비혼모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포함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외부기고/칼럼]
이윤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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