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文대통령-홍준표 대표 팽팽했던 80분 재구성

[the300]靑서 양자 회동, 洪 "김성태 원내대표 고집 세서"-文 "만나봤다"

김성휘 기자,김하늬 기자 l 2018.04.13 19:19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2018.04.1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청와대에서 양자 회동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통령이 야당대표와 단독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고 홍 대표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홍장표 청와대경제수석 해임, 대통령개헌안 철회 등을 요청했다. 

각종 현안에 입장이 갈리는 팽팽한 대화였다. 때로 농담도 주고받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직접 소개한 대화부터 이날 배석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강효상 한국당 의원의 전달 등을 종합해 대화를 재구성했다. 관계자들의 해석과 풀이는 '백브리핑'으로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 

▶문 대통령=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대화와 조언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마십시오. 반대 안하는 게 한국당 지지율에도 도움이 돼요. 

▷홍 대표= 대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도박입니다. 북핵폐기 회담이 돼야하고 폐기는 단계적 폐기가 아닌 일괄폐기가 돼야 해요. 6개월에서 1년사이에 (폐기한) 리비아식 폐기가 돼야 합니다. 완전한 북핵폐기 전에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반대합니다. 

※백브리핑: 문 대통령은 전체 회담 1시간 20분 중 가장 많은 45분 가량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로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문 대통령께서는 (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답을 듣길 원한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마치 (한국당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말아달라는 말만 오래도록 계속했다"고 말했다. 


[국내 현안]

▷홍 대표= 최근 문제되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을 철회하십시오. 
▶문 대통령= (임명철회는) 인사청문회 있을 때 철회하는 게 아닙니까. 

▷홍 대표= 해임이란 말도, 임명철회라는 말도 할수 있어요. 
▶문 대통령= (가만히 생각해보더니) 임명철회라 할 수도 있겠네요. 

▷홍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 나이가 66세인데 (징역) 24년 살면 90이다. 그럼 죽어서 나오란 말이냐. 그게 상식에 맞는 판결이라고 보느냐. MB 관련도 그렇다. 대통령 잡아 넣었으면 됐다. 이제 그만했으면 됐다. 1년 동안 우리를 적폐세력으로 몰아서 눈뜨고 나면 한 사람 잡혀가고 1년 했지 않냐.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

▶문 대통령= 정치보복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문제예요 이미. 이거는 청와대나 대통령이 개입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나도 굉장히 안타깝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고, 탄핵까지 가고 구속까지 가고…. 이거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우리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나머지는, 다른 개헌 문제는 내 권한이니까 내가 말씀 다 듣는데 정치수사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강효상 의원,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면서 문 대통령 발언 소개) 

▷홍 대표= 지방선거에는 대통령 철저히 중립지키세요.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사유 된 적 있어요. 지방 출장 자제하시고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경제파탄에 가장 큰 책임있고 청년 실업에 책임이 있는 홍장표 경제수석을 해임하세요. 

▶문 대통령= 알았습니다. 저도 하나 얘기합시다. 추경 좀 부탁합니다. 
▷홍 대표= 나는 원내 문제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원내 문제는 김성태(원내대표)가 전권을 쥐고 합니다. 

※백브리핑: 홍 대표는 국회로 돌아온 뒤 "문 대통령이 즉답은 없었지만 김 원장은 집에 보내는게 아닌가 느꼈다"고 말했다.


[마무리/퇴장 인사]

▶문 대통령= 이후에라도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조건에) 서로 차이가 있으면 청와대에서 (주최)하는 건 소수정당도 참여해서 구성하고, 정당에서 할 경우에는 교섭단체가 하더라도 (협의체가) 상설화돼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틀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홍 대표= 지방선거 끝나고 논의합시다. 그 문제는.

▷한병도 정무수석= (홍 대표에게) 추경 확실히 말씀해 주십쇼.
▶문 대통령= 아니 아까 당에서 논의하겠다고 했잖아요. 뭐하러 또 이야기를 해.

▷홍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는 하도 고집이 세서.
▶문 대통령= 아 그양반 한국노총 사무총장 때 내(가) 만나 봤습니다.

▷홍 대표= 저희 불렀으니까 다른당도 부르시겠네요.
▶문 대통령= (한국당이) 제1야당인데요….

※백브리핑: 홍 대표와 강 비서실장은 이번 회동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1시간20분간 문 대통령이 말하면 바로 제가 이야기하고, 이렇게 심도있는 논의가 됐다"며 "서로 입장 확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어제(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간담회가 끝나고 '홍준표 대표, 야당 대표에게도 설명하고 의견 나눌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며 "임종석 비서실장 통해서 홍 대표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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