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셀프후원·용역발주, 국회의원 후원금 '땡처리' 천태만상

[the300]19대 후원금 처리 현황 전수조사, 여야 막론 땡처리 사례 가지각색

김하늬, 김민우 기자 l 2018.04.23 04:31

국회의원 임기는 4년, 그중 마지막 해는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총선의 해다. 이때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경선·본선에서 져 의원회관 방을 빼야 되면 총선 후 남은 임기 안에 정치후원금 잔액을 처리해야 한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공천에서 탈락한 뒤 3억원 가량의 잔여 후원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항이 문제가 돼 낙마했다. 

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19대를 끝으로 국회를 떠난 전직 의원들의 당시 잔여 후원금 처리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른바 '땡처리' 사례가 적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미흡한 관리 시스템 속에서 땡처리 방식이 가지각색, 천태만상이었다.

◇여야 막론 '셀프 후원' 땡처리 =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A 전 의원은 자신이 설립에 참여하고 상임고문까지 맡던 비영리법인에 잔여 정치후원금 중 5000만원을 들여 '셀프 후원'했다. 2016년 19대 임기 종료 직전이었다. 김 전 원장의 '셀프 후원'과 닮은 꼴이다. 김 전 원장 역시 자신이 설립을 주도하고 소장까지 지낸 정책연구기관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자유한국당 B 전 의원도 수천만원을 셀프 후원으로 땡처리했다. 그는 2016년 5월25일 자신이 이사로 있던 재단에 1500만원을 기부했다. 같은날 한 보수 싱크탱크에도 1900만원을 후원했다. 다만 B 전 의원은 김 전 원장과 달리 기부 대상 단체가 자신의 지역구를 크게 벗어난 지역에 있어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상 기부 대상 단체가 '국회의원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단체'일 경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법 조항은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안에서 특정 기관과 관계한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취지다.

◇의원직 끝났는데 연구용역 발주 =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두고 연구용역을 발주한 땡처리 사례도 있었다. 현재 공공기관장을 맡고 있는 C 전 의원은 2016년 4월 말과 5월 초 각각 2000만원과 10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발주한 뒤 5월 말 잔금을 지급했다. 그는 일찌감치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였다.

그는 또 같은 당 총선 출마자들에게 자신의 잔여 후원금을 나눠줬다. 20대 총선 하루 전인 4월12일 같은 당 40여 명의 총선 후보들에게 각기 30만원씩 총 1200만원을 후원했다. 동료 의원 2~3명에게 후원금을 나눠준 또 다른 전직 의원들도 발견됐다.

잔여 후원금 대부분을 자신의 선거캠프로 이전한 사례도 있다. D 전 의원은 20대 총선 준비를 위해 신설한 자신의 예비후보 명의 계좌로 잔여 후원금 대부분인 8740만원을 넘겼다. 그러나 D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의정 홍보 명목을 내세워 수천만원을 땡처리한 사례도 발견됐다. 현재 야당 소속인 E 전 의원은 임기 종료 닷새를 앞두고 5626만원 상당의 의정활동백서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의정보고서 제작비도 1105만원을 썼다. 여당 소속 F 전 의원은 임기를 한달 여 남긴 2016년 5월16일 의정활동백서 제작에 잔여 후원금 전액인 2050만을 지급했다.

G 전 의원은 사무실 개선과 자동차 수리에 잔여 후원금을 소진했다. 임기 종료를 3주일 앞두고 사무실 환경 개선에 후원금 4700만원, 차량 수리에 900만원을 썼다.

알뜰살뜰 모은 후원금이 남자 대부분 당비로 기부한 이도 있다. 비례대표 출신 H 전 의원은 2016년 2월 말 총선 불출마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4차례에 걸쳐 6800만원의 잔여 후원금 전액을 당비로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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