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이 서로 견제할 수 있게 해야(하)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검경 수사권, 왜 그리고 어떻게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l 2018.04.25 07:00
경찰권의 남용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우리 검찰은 외국과 달리 수사업무의 비중이 커 인권보호 기관이 아니라 별도의 수사기관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검찰에서 수사 받던 피의자가 고문으로 숨지는 사건도 발생하는 것이다. 

검찰에 인권보호 기능을 맡길 수 없어서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라는 정부기구를 운영하고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검찰에 직접 수사권이 있는 우리의 경우에 인권보호를 위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 하겠다.

현재 사법개혁특위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인데, 개정안들을 검찰과 경찰의 이해관계에 따른 유·불리를 기준으로 검찰 유리, 경찰 유리, 중립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검찰 출신인 금태섭 의원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는 제한적으로만 허용하는 것으로서 검찰에 유리하고,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경찰에 유리하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되 검찰의 직접 수사권의 범위를 금태섭 의원안에 비하여 넓게 인정하고 있어서 균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이동섭 의원, 오신환 의원, 김석기 의원이 각각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먼저 금태섭 의원안은 종래처럼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유지하기 때문에 검찰 권한의 분산이라고 보기 어렵고, 직접 수사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기 때문에 현재 검사 약 2,000명과 수사관 약 6,000명의 검찰 인력도 축소해야 하는 문제가 고려되어야 한다. 

표창원 의원안은 주요국처럼 바람직한 검경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지만 우리 현실에서 당장 검찰의 2차적 보충적 수사권 이외에 모든 수사권을 경찰에 일임하는 것은 너무 변화가 크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박범계 의원안은 각각 검찰과 경찰에 유리한 두 개정안에 비하여 균형적인 방안으로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여 검찰과 경찰이 서로 견제할 수 있게 하되, 검찰도 일정한 범위에서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달 보도된 정부의 잠정안의 내용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 부여, 경제범죄 등 일부 특수 수사는 검찰과 경찰 모두에 권한 부여 등이다. 대체로 박범계 의원안과 비슷하다. 검찰은 이 잠정안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달 29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는 내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현재처럼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불기소가 명백한 경미한 사건까지 검사의 종결처분을 기다리게 함으로써 사건 당사자들이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되고 이중 부담까지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4년 5월5일치 한겨레에는 한 지체장애인이 단지 한 사기사건의 피고소인과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 하나로 검경으로부터 6년간 4차례나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담당 검사가 바뀔 때마다 그가 피고소인이 아니라는 기록이 전달되지 않아 수사관이 기소중지자를 검거하려 그의 집에 찾아오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매년 경찰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인원의 기소율은 0.5%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의 잠정안은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주더라도 피해자나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하거나 사망 등 중한 사건은 검찰이 가져올 수 있고, 6개월마다 사무감사로 불기소 사건을 검토하는 안전장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수긍할 만하다고 본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견제를 위한 제도화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듯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에 대하여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최근 드루킹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사권을 줄 수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런 특수 수사를 경찰에 맡기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당연히 지금처럼 검찰도 직접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경찰에 선뜻 많은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따라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경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조처가 강구되어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우수한 수사 인력의 확충과 함께 경찰위원회를 통한 통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인권친화적 수사 관행의 확립, 장기적으로 자치경찰제를 통한 수평적 분권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처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이 타결되더라도 시행까지는 몇 년의 유예기간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검찰 권한의 분산을 통해 경찰에 자율적인 수사권을 부여하면 그동안 엄격한 상하관계로 운영되어 왔던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견제와 균형 및 상호 존중에 바탕을 둔 유기적 협력관계로 전환될 것이다. 그것은 국가의 형벌권을 적법하면서 적정하게 행사하고, 수사기관의 불법 또는 부당한 수사로부터 국민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의 진정한 의의가 있다. [칼럼/외부기고]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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