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한반도의 봄···주한미군, 나토군 모델로 바뀌나

[the300]'종전·평화협정' 기대감↑ 새로운 한반도 정세구도, 美 동북아 안보전략 재편

서동욱 기자 l 2018.04.25 04:07

식목일인지난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신계역사공원에서 열린 식목행사에서 주한미군장병들 및 용산구 주민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 사진 = 뉴스1


2016년 4월 미국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최고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당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여러 번의 어려운 임무를 맡으면서 리더십을 증명했다"면서 "가장 최근에 임무를 맡았던 주한미군에서 군인 겸 정치가로서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주한미군의 역할과 위상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체제가 현실화하면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 위상 변화는 불가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나토군과 같이 역내 국가들의 군사적 협력과 공동방위를 위한 글로벌 군사기구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여년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번번이 좌절됐던 배경에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협정 체결과 연동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우리 측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태도변화가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내 언론사 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나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언급을 통해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미수교가 이뤄지면 주한미군이 더 이상 북한의 위협이 되지 않는 만큼 북측이 북미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수교가 성사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북한의 적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한반도 정세구도가 조성되는 것인데 미국의 동북아 안보전략 역시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대북 억제의 측면도 있지만 패권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평화체제에 들어서면 유럽의 나토군과 같이 역내 공동안보를 위한 군사기구로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역시 "미국이 중국의 코 앞에 군사기지를 둔 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면서 "주한미군이 글로벌 군사기구로 바뀌게 되면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한미간 방위비 분담 협상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이 같은 변화에 중국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많은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군과 직접 대면하지 않을 수 있도록 '완충장치' 역할을 해왔다면서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북한이나 혹은 통일된 한국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의 반발을 고려하면 주한미군의 성격이 중국 요구가 반영된 다자간 안보협력 의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외교안보 분야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 재편은 중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절충적 성격의 안보 협의체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