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the300][워킹맘 좌충우돌](16)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8.04.24 16:01
첫 임신의 순간부터, 그리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금까지도 ‘카더라’ 에 의존한 이야기들은 연령별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의 선행 경험부터 시작해서 엄마, 할머니,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겪은 육아담(談) 은 내가 무엇을 결정할 때, 도움보다는 오히려 망설임을 주는 매개체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그리하여 때로는 그냥 내 직감에 맞는 육아법을 선택하였을 때 훨씬 더 내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서점에 가면 일단 제일 먼저 손이 가는 코너는 여전히 육아서적 코너. 지금의 내 시기를 지나온 육아 전문가는 너무나도 많고 그 방식도 다양하다. 한국의 고전 육아, 스웨덴 육아, 프랑스 육아, 미국 육아 등등 각국별 육아의 특징을 파악하기에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내 아기를 키우는 것이 정답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그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알아가고, 오른 것과 그른 것, 나에게 맞는 것을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2016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육아를 함에 있어 취하게 되는 양육과 관련한 정보 중 양육 전반적인 정보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높게 나왔는데, 이러한 육아 정보를 주로 어디서 접하는 지 조사한 결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의 인터넷이 가장 높은 비율(53.5%) 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인터넷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다. 첫 출산 이후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접하며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미 인터넷이 육아 관련 정보를 습득함에 있어 일반적인 매체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수많은 정보 중에 실질적으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취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만든 임신육아종합포털 사이트인 ‘아이사랑’ 사이트는 정부의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어 정책수요자들이 공신력 있는 정책 정보를 접하는 데 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정보를 당연히 습득해야 함이 물론이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현실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전 육아 방법’ 에 대한 가르침인 것 같다. 수많은 육아서, 인터넷 카페 등을 뒤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 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대한 수요자들의 요구도는 점점 구체화되고 세부적인 사항을 포함한다. 산후에 조심해야 할 것, 가슴 마사지 방법, 젖 떼는 법, 밤에 아기 재우는 법, 공갈젖꼭지 떼는 법, 분유를 갈아타는 법, 혼유(모유와 분유를 번갈아가며 하는 것) 방법, 외출할 때 가장 필요한 육아용품 등등 실생활을 함에 있어 처음 육아를 접하는 부모들이 숙지해야 할 ‘제대로 된 실전팁’을 ‘공신력 있게’ 알려주는 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것이 없기에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존재함에도 부모들은 ‘맘카페’ 내지 난무하는 육아서적 안의 정보, 더 나아가서는 사설 모유수유 학원(?) 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이러한 수많은 정보를 신뢰해야 하고, 어느 정도까지 익혀서 내 아이를 기르는 데 활용해야할지 의문이 생긴다. 

그 많은 정책 중에서 내게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분별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에 국가가 현실적으로 내가 필요한 것에 대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또 제대로 된 정보를 인증해주면 어떨까, 수많은 육아지원 정책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항상 드는 아쉬움이다. 많은 저출산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내가 실질적으로 육아를 함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스킬’ 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는 육아에 대한 교육을 국가 보증 하에 차근차근 시작하고 알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사회 이동성을 제한한다. 부모 육아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사람이 육아 정보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공평한 교육 받을 기회가 보장될 때, 현실적으로 어떠한 요구가 있는 지 두루 살피는 일이 지속될 때 정보격차로 인한 육아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고, 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육아를 하게 될 것이며, 곧 부모가 행복한 육아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국가와 민간의 자원이 결합하여 다른 사람들의 육아법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될 때, 그리고 취사선택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국가 보증하에 실질적으로 제공될 때 비로소 출생의 첫 순간부터 공정성과 공평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터넷 속의 수많은 카더라 육아정보도, 수많은 육아 서적안의 활용 가능한 정보를 내가 주체가 되어 고르고 취할 수 있으려면 일반적인 육아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실전 육아에 있어 부모들이 필요한 부분을 꼼꼼히 살피는 일 또한 병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저출산 해법의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소와 무관한 개인의 입장입니다.)[칼럼/외부기고]
이윤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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