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文, '평화의 문' 앞에…읽고 토론하며 준비

[the300]'한반도 운전자' 약속 지켜…원칙-경험 앞세워 김정은 맞는다

최경민 기자 l 2018.04.26 04:03
문재인 대통령이 2018 남북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밝은 표정으로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트위터 캡처

"북핵 문제는 우리 한반도의 문제다. 우리가 그 문제의 주인이고 당사자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9일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북 정책 비전을 이같이 설명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갖고 평화체제 구성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2018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뒀다. 약속을 100% 이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북핵은 미국이 해결해야 하지만,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한도의 압박'에 동참하면서, '압박은 대화의 수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파워게임이 아니라 협상이 이뤄져야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대한도의 압박 가운데 체제보장을 원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출구'를 꾸준히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11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경우,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이 출구로 나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남·대북특사가 오갔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표명 속에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세팅되기에 이르렀다. 대북구상의 종착점은 경제적 평화체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를 합의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해 '경제적 통일'로 나아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25일부터 본격적인 남북 정상회담 구상에 들어갔다. 지난 1년 동안 뚝심으로 유지해온 대북정책의 결과물을 1차로 수확하기 위해서다. 27일 당일까지 어떠한 일정도 별도로 잡지 않고 정상회담 구상을 할 예정이다. 비핵화, 종선선언 등과 관련한 합의문을 도출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합의문은 지난 두 차례(2000년, 2007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양 정상 간 담판 후에 확정될 게 유력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담판을 실제 상황극 형식으로 준비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역'을 두고 리허설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 처럼 준비하지는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성격 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로 '문자'를 읽는 형식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밤을 새워 보고서를 독파하는 문 대통령 본인의 스타일에 맞춰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의 일거수 일투족이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만큼 동선 체크나 모의 회담 격의 토론 정도는 할 게 유력하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준비위원장으로 활약했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확고한 원칙과 과거의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역사적인 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청와대 여민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경내를 산책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 각오를 묻는 청와대 관계자의 질문에 문 대통령은 밝은 얼굴로 웃으며 "잘 할게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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