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아닌가요?"…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 이모저모

[the300][2018 남북정상회담]정부, 36개국서 온 기자들 위해 MPC 만전 기해… 재미·보안 잡았지만 아쉬움도 남아

남북정상회담프레스센터(고양)=이재은, 한지연 기자 l 2018.04.26 19:05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전세계 36개국 360개 언론사에서 온 2962명 기자(외신기자 869명)들이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MPC)로 모여들었다.

한반도 평화 조성 국면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이 높은 만큼, 정부도 이번 메인프레스센터 준비에 큰 힘을 쏟았다. 내외신 기자들은 편리성과 재미, 보안까지 갖춰진 모습이었다.

26일 MPC 한켠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사진 부스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3

◇삼엄한 검문…MPC 내외곽 철저히 보안=최신 기술을 집약했다는 프레스센터여서인지 입장부터 쉽지 않았다. MPC 출입구엔 4개의 보안 검색대가 자리했다. 사전·현장 등록을 해 출입증을 발급받았음에도 철저한 검색이 이뤄졌다. 게이트를 지나가면 기자가 목에 걸고 있는 MPC출입증이 저절로 인식돼, 출입증 속 사진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한 사진이 나란히 모니터에 떠오른다. 두 사진 속 얼굴이 일치해야 출입할 수 있다.

이후 출입자들이 외투와 스마트폰, 가방 등을 경찰에게 제출하면 경찰들이 가방을 모두 열어보고 확인한다. 그 사이 다른 경찰은 금속탐지기를 통해 출입자의 몸을 샅샅이 훑어 수색한다. 

삼엄한 수색은 한번으로 끝이 아니다. 코앞 편의점이나 카페를 가기 위해 잠깐 문 밖을 나서더라도 다시 돌아올 땐 철저한 검색을 새롭게 거쳐야만 한다. MPC외곽에서도 철저한 보안은 계속됐다. 경찰들이 줄을 지어 계속해서 순찰을 돌았다.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탐지견도 함께였다. 

26일 MPC 한켠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사진 부스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3

◇"남북정상회담 굿즈(goods) 얻자"… 이벤트 인기=MPC 내에는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SNS(사회연결망서비스) 사진 공유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MPC 한켠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사진 부스에서 사진을 찍은 뒤 #InterKoreanSummit 해시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게시하면, 사진을 출력해주는 이벤트다.

기자들은 휴식시간 사진 부스를 찾아 '2018 4.27.'이나 'Peace, A New Start'(평화, 새로운 시작·남북정상회담 표어) 등의 푯말을 들고 자세를 취해보였다. 브리핑 전후에는 기사 송고를 마친 기자들로 사진 부스가 더욱 북적였다.

사진을 받아든 기자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A씨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 벅찬데, 이 사진을 일종의 굿즈로 가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첨단에 감성까지…두 마리 토끼 잡은 MPC=MPC에선 'IT 코리아'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이동통신사 KT와 SK텔레콤이 판문점에서 펼쳐지는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5G를 통해 라이브로 스트리밍한다. SK텔레콤은 태블릿 기기를 통해 판문점을 360도로 실시간 중계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선 남북정상회담장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서 VR 기기를 머리에 쓴 내·외신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KT는 MPC 내 부스 외에도 외부에 5G 버스를 세워두고 '이동형 5G 홍보관'을 운영했다. 이곳에선 로봇팔을 조종해 5G의 초저 지연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MPC에는 추억 속 향기에 젖어들 수있는 곳도 있다. MPC 한 켠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통일향수전(統一鄕水展)'이 열렸다.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가 이산가족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살리고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들이 떠올린 어린 시절 추억 스토리를 향수로 만들었는데, 전시된 통일 향수는 이북 5도(황해도·평안남도·평안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의 이름을 땄다. 북에 있는 가족을 그리는 남한의 이산가족은 현재 약 6만명에 이른다. 

◇무슬림 기자 위해 '기도실' 마련됐지만… '할랄푸드'는 없어=하루 5번 메카(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출생지) 방향으로 기도해야하는 무슬림 기자들을 위해 기도실도 준비됐다. 남녀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표시된 기도실을 열고 들어가면 양탄자 2개가 준비돼있다.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도 함께 비치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무슬림 기자들이 먹는 할랄푸드(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부합하는 식품)는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외신 기자들은 이날 점심부터 27일 저녁까지 취재 도중 MPC 내에서 준비위가 마련한 도시락을 먹지만 무슬림 기자들이 먹을 수 있는 할랄 도시락은 없었다. MPC 관계자는 "할랄푸드 도시락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로 구매할 수도 없었다. MPC 내 유일한 카페테리아인 파리바게트 관계자도 "준비한 메뉴 중 할랄푸드는 없다"고 말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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