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野 '드루킹 공세' 시련…2002년 노무현 닮은꼴?

[the300]드루킹 옥중편지·특검 공세에 "사람 잘못 봤다" 정면돌파…2002년 노무현, 색깔론에 "민주당 경선 손떼라"

조철희 기자 l 2018.05.18 16:04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경남도지사 출마선언을 했다. 2018.4.2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흑색선전으로 노무현을 주저앉힐 수는 없습니다."
 (2002년 4월 6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명히 경고합니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습니다." (2018년 5월 17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화났다. 보수 야당과 일부 언론이 연일 자신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사람 잘못 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18일 드루킹 김동원씨가 매크로 댓글 조작 사실을 김 후보에게 사전에 알렸다고 주장한 '옥중편지' 보도에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김 후보는 드루킹 주장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5·18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구 소설 같은 얘기를 바로 기사화 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도가 무엇인지 뻔한 얘기를 바로 기사화 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드루킹과) 같은 한 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걸로 선거판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저도 잘못 본 것이고, 우리 경남도민도 잘못 본 것"이라며 "절대 물러서지 않고 반드시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사람 잘못 봤다"며 "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물러서지도 않겠다. 두려워하지도 않겠다.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또 "네거티브라는 무기가 얼마나 낡고 낡은 것인지, 무디고 무딘 것인지 보여주겠다"며 "낡은 창과 무딘 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 캠프 대변인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옥중편지는 드루킹이 수사 축소와 빠른 석방을 보장하면 김 후보 댓글 지시에 대해 진술하겠다고 검찰에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며 "조선일보는 계속적으로 김 후보와 드루킹을 연관시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개입하려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드루킹 옥중편지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날을 기일로 삼은 드루킹 특검법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야는 옥중편지 보도를 두고 갈등 폭을 더 키웠다. 이날 자유한국당과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는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루킹이 조선일보에 직접 자백편지를 보낸 것은 그간 검경이 합작해 이 사건을 은폐해 왔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김경수가 갈곳은 경남도청이 아니라 감옥이라는 이 사건 초기 나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지금 과연 특검을 회피할 명분이 민주당에 있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이 드루킹의 편지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감안하면 드루킹의 편지가 오늘 공개된 것은 또 다른 범죄가 의심된다"며 "모종의 거래 및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따라 '김경수 죽이기'와 더불어 '지방선거 판 흔들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백 대변인은 "정치브로커의 검은 거래 시도와 이에 동조한 조선일보, 또 이를 선거에 이용하는 정치세력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최근 김 후보가 맞닥뜨린 상황이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던 시련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사상과 이념의 색깔론 공세를 극복한 노 전 대통령의 일화가 회자된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같은 당 경선 후보였던 이인제 현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와 한나라당, 보수언론으로부터 장인의 좌익활동 등을 빌미로 색깔론 공세에 처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 인천 경선 연설에서 "흑색선전으로 노무현을 주저앉힐 수는 없다. 음모론, 색깔론, 그리고 근거없는 모략 이제 중단하라"며 정면돌파하고 나섰다. 아래와 같은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연설은 한국 정치사의 명장면 중 하나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회자된다.

"음모론, 색깔론, 그리고 근거없는 모략, 이제 중단해 주십시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합작해서 입을 맞춰 헐뜯는 것 방어하기도 힘이 듭니다. 제 장인은 좌익활동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그 사실 알고도 결혼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잘 키우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아내를 버려야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 자격 생깁니까. 여러분이 자격이 없다고 하신다면 대통령 후보 그만두겠습니다. 여러분이 하라고 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론에게 고개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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