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盧 대통령에 약밤나무 보낸 구본무 회장…머리숙여 인사"

[the300]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특별한 어른으로 기억되는 분…배려 제대로 알리지도 못해"

이재원 기자 l 2018.05.22 10:12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와병 끝 세상을 뜬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이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며 구 회장의 명복을 빌었다.

김 후보는 2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마음이 깊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던 속깊은 구 회장의 명복을 빈다"며 이같은 사연을 소개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에는 구 회장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김 후보는 "2007년 노 전 대통령님을 모시고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갔을 때의 일"이라며 "그때는 대기업의 회장들도 동행해 남북경협 논의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업 회장들이 참석한 자리였던 걸로 기억한다"며 "노 대통령님께서 북측이 제공한 '약밤'을 드시면서 자그마한 밤이 참 맛있다고 다들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후보는 "2009년 대통령님이 서거하신 뒤, 봉하마을을 지키고 있을 때 구 회장께서 사람을 보내 봉하에 뭘 보내겠다고 연락을 주셨다"며 "며칠 뒤 북에서 대통령이 드셨던 바로 그 약밤나무 묘목이 봉하로 왔다"고 전했다.

김 후보에 따르면 구 회장은 남북정상회담 후 갖은 애를 쓴 끝에 북측으로부터 약밤나무를 구해 농장에서 묘목을 키웠다. 그는 "대통령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손에서 놓지 않고 묘목을 키워 봉하마을로 보내주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후보는 당시 약밤나무 묘목을 사저 근처에 심은 뒤, 몇해 전 노 전 대통령 묘역 인근에 조성된 추모공원으로 세 그루를 옮겨 심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에는 봉하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도 핍박 받던 시절이라 회장님의 특별한 배려를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다"며 "존경받는 재계의 거목이었고, 특별한 어른으로 기억되는 분"이라고 구 회장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이제 가신다 하니 그 인연이라도 이렇게 기록해두고 싶었다"고 마무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원에 심어진 약밤나무 묘목/사진=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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