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랭킹]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가 '잘 안되는' 5가지 이유

[the300]이정미 '라이즈'로 난이도↑…'강성' 모인 환노위, 전원합의 원칙도 발목

이재원 기자 l 2018.05.22 16:33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가 표류한다.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가(고용노동소위) 지난 21일 오후부터 22일 새벽을 넘기는 11시간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고용노동소위는 오는 24일 밤 9시 재차 회의를 열고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심의 기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총력을 다해 개편안 확정에 나선다.

하지만 암초들이 많다. 관련 개정안만 5건이 넘는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논의 끝에 정기상여금만을 포함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노동계와 이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반발이 크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암초들을 집중 분석했다.

◇암초1 :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뭐길래

현행법상 최저임금은 기본급여와 직무 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로만 구성된다. 이 외에 명절(정기) 상여금, 식비, 연차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경영계는 상여금의 최저임금 포함 등 산입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최저임금이 두자릿수 인상된 만큼 경영 부담이 과중된다는 주장이다. 산입범위가 넓어지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 논의 자체를 반대한다. 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항목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면,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반감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1월부터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 개편안 마련에 나섰지만 노사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국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 역시 산입범위를 확대 조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암초2 : 산입 항목만 11개·개정안만 5건…복잡한 논의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 되는 항목만 △연차수당 △휴가수당 △상여금 △식비 △기숙사비 등 11가지가 넘는다. 산입 항목을 고르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자 끝이다.

지난 3월 논의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5개에 달하는 개정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갈등과 파행을 반복했다. 두 달 가량의 논의 끝에 정기 상여금만 새 산임법위에 포함한다는 합의점에 일부 도달했다. 

환노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는데 사실상 합의했다. 복리후생비와 숙식비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일부 의견으로 남겼다. 

하지만 이 역시 잠정 합의일 뿐이다. 고용노동소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전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하는 것과 관련해 합의를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암초3 : 전원 합의 전통

고용노동소위가 간사 간 다수결이 아닌 전원합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 소위 일정 역시 간사 간 협의로 이뤄진다. 근로시간 단축법이 지난 2월27일 새벽 3시를 넘겨 고용노동소위 문턱을 넘겼던 이유도 이같은 전원합의 원칙 때문이다.

이번 산입범위 확대는 기존 3개 교섭단체에서, 4개 교섭단체 체제로 바뀐 뒤 첫 쟁점이다.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평가다. 한 여당 환노위 관계자는 "3개 교섭단체가 합의를 봐도 한 곳이 거부하면 합의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노동계 출신의 '강성' 의원들이 여럿 모이다 보니 한 교섭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암초4 : 이정미 '라이즈'(rise)

노동계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는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이 논의에 '간사'로 참여한 것도 논의의 변수다. 이 의원은 지난 회의부터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몫 간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전날 회의 직후 "임금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논의가 진행됐다"며 "이해당사자 간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했는데도 국회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데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4개 교섭단체 체제 이전의 합의 사항에 대해서는 무효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논의를 다시 최임위로 넘겨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한 환노위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이 간사가 된 뒤 첫 회의에서 '합의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내놨다"며 "4개 교섭단체 체제에서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초5 : 촉박한 시간에 엇갈리는 의견들

환노위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에서 5월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28일까지 개정안을 처리하려면 늦어도 25일까지는 환노위가 산입범위를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강행하기도 쉽지 않다. 극심한 사회적 진통이 예상된다. 전날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앞으로 모든 노·사·정 논의를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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