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트럼프, 北에 '당근'과 '최후통첩'

[the300]CVID 일괄 타결 강조…조건 안 맞으면 정상회담 백지화 '경고'

최경민, 워싱턴DC(미국)=김성휘 기자 l 2018.05.23 08:02
【워싱턴(미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5.23.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다. 나도 마찬가지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방식을 비난하고 있는 것의 배후에 중국이 있는 듯 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역시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드시 이 게임에서 칩을 쓸어 담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당근'을 주면서, '최후통첩'을 동시에 보내는 방식을 이 '포커 플레이어'는 택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제공할 수 있는 '밝은 미래'를 정확하게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CVID를 택할 경우 김 위원장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다. 북한은 굉장히 번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지금까지 한국에 수조 달러의 지원을 해왔다"며 북한 역시 '마샬 플랜'에 버금가는 수혜를 받을 수 있음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 3국과 내가 다 대화를 했다"며 "이 3국 모두 북한을 도와서, 북한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아주 많은 지원을 지금 약속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딜'의 성사 조건이 '속전속결 CVID'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꺼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더욱 더 낫겠다"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히 그렇게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며 '속전속결' 와중에 단계적으로 보상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후통첩'도 동시에 보냈다. '시간 낭비'라 판단이 되면 정상회담 자체를 취소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 대해서는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언급했던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은 "김 위원장이 협상을 하지 않으면 리비아 식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군사옵션은 배제된 적이 없다"며 김 위원장과 비참한 최후를 맞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동일 선상에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에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솔직하게 말해서 김 위원장은 그렇게 기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며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시간 낭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열린다면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싱가포르 회담이 예정된) 다음달 12일이 아니더라도 북한과 협상은 언제든 가능하다.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좋다"고 밝혔다.

'경고'의 메시지는 중국에게도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두 번째로 시 주석과 만난 다음에 김 위원장의 태도가 좀 변했다"며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라며 "그리고 어느 정도 태도 변화가 있었다라는 논란이 사실인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구는 테이블을 일단 '남북미'에 맞춰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이 미국과 중국간의 기싸움 사이에서 실익만 취하려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을 통해 북한이 '최대한도의 압박'을 해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이었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골자로 한 체제보장과 완전한 비핵화가 논의되던 국면에서, 북측이 불쑥 한미연합훈련을 거론한 것 역시 중국의 입김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중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북핵 포커' 판을 떠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현재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를 두며 협상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나는 이런 협상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협상에 들어감에 있어서 가능성이 '0'이었는데도 '100'으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고, 가능성이 굉장히 컸다가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서 일단 가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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