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기자단, 원산으로 출발…핵실험장 폐기 24일 이후 진행할듯

[the300](종합)남북간 동해 직항로 통해 방북…원산~재덕역 전용열차로 12~17시간·재덕역~풍계리 차량 이동

외교부 공동취재단, 박소연 기자 l 2018.05.23 15:46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탑승할 정부 수송기가 23일 서울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1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한 우리 기자단이 23일 낮 원산으로 떠났다. 북한이 이날 오전 5일 만에 우리 기자단 명단을 접수함에 따라 24~25일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참관이 가능할 전망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측 취재진은) 오늘 낮 12시30분쯤 정부 수송기편으로 성남공항에서 원산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쯤 판문점 개시통화 직후 북측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우리측 기자 8명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하였으며, 북측은 이를 접수했다.

전날 방북이 무산돼 서울로 귀환했던 우리측 기자단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성남공항으로 집결했다. 공동기자단 소속 한 기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한반도 비핵화를 취재하는 입장인 만큼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북 사실은) 오늘 아침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수송기는 예정대로 이날 낮 12시30분 성남공항에서 이륙했다. 기자단 8명과 조종사 2명, 정비사 4명 등 총 14명이 탑승했다.

이날 우리 기자단이 탑승한 정부 수송기는 공군 5호기인 VCN-235다. 중거리 쌍발 프로펠러 수송기인 CN-235의 내부 좌석을 일부 개조해 귀빈용으로 쓰고 있다. 공군은 운용만 맡고 정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정부 수송기에 해당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30분 가량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마식령스키장에서 진행된 남북 스키 공동훈련 참가 대표단 방북 때와 마찬가지로 동해 직항로를 통해 '역 ㄷ자'로 비행,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기자단 8명만 하차 후 바로 귀환할 예정이다.


앞서 북측은 지난 12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기상조건을 감안해 23~25일 진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중국·미국·러시아·영국 기자단을 초청했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킨 이후 18일부터 전날까지 우리측의 풍계리 취재진 명단 접수를 받지 않았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22일 오전 9시48분(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고려항공기를 통해 방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현재 풍계리 지역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원산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신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풍계리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프레스센터에는 초대받지 못했던 한국 기자들의 네임카드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우리 기자단은 원산에 도착하면 곧바로 외신 기자들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우리 기자단의 취재를 허용한다고 밝힌 만큼 핵실험장 폐기 행사의 참석과 취재가 가능하도록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외신 기자단은 숙소와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열차로 이동하게 된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 시내에서 약 42km 떨어진 만탑산(해발 2205m) 계곡 내에 위치하고 있다. 기자단은 원산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작점인 재덕역에서 하차한 뒤 핵실험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원산에서 재덕역까지는 총 416km인데 전용열차의 선로 상태가 안 좋아 시속 35km로 이동해 12~17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덕역부터 핵실험장까지는 21km 거리인데 산간지역 비포장도로여서 시속 30km로 이동, 약 40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이날부터 25일 사이 기상 조건을 고려해 핵실험장 폐기 의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은 전해지지 않았다. 우리측 기자단의 합류가 이날 늦은 오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날 풍계리 기상이 좋지 않아 반나절 이상 걸리는 이동시간을 감안할 때 폐기식은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보된 24~25일 중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자단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취재 후 26일이나 27일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외신 기자들과 함께 전용기를 통해 베이징을 경유해 귀환할 예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우리 공동취재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을 환영하며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시작으로 북미정상회담과 각급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 우리측 기자단의 방북이 무산되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백 대변인은 북측이 이날 우리 취재진 명단을 접수한 이유에 대해 "북측에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며 "항공기 운항 등에 대해서는 미 측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구체적 일정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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