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끝이 안보이는 '에듀퓨어'…교육도 결국은 '돈'문제

[the300][이제는 국민 삶이다]교육부의 '유예러쉬'…혼란만 유예한 '폭탄돌리기'

조준영 인턴기자 l 2018.06.14 04:39



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마저 집어삼킨 북미정상회담도 마쳤다. 이젠 그토록 정치권이 강조하는 '민생'을 돌아볼 시기다. 그 중 교육문제는 단연 어떤 정권도 순조롭게 풀지 못한 복잡한 매듭이다.

교육은 단순히 경쟁·평등과 같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은 '돈'과 직결된다. 18조 1000억원.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 규모다. 전년에 비해 학생수가 21만명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2000억원 늘었다. 

이 때문에 수입에 비해 과도한 자녀교육비 지출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에듀퓨어'(교육을 뜻하는 에듀케이션(education)과 가난한 사람을 뜻하는 푸어(poor)의 합성어)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우수학군과 교육환경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일만큼 한국은 교육열도 높다. 부동산과 세금문제만큼이나 여론의 반응이 즉각적인 이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새나오지만 쉽게 건드릴 수 없어 끙끙 앓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부동산, 남북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에 묻혀 교육개혁은 드라이브조차 제대로 걸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교육회의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가 편파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2018.6.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먼저 고민할 정책이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개편안이다. 검토 기간 20일 만에 번복됐고 발표도 1년 유예됐다. 정부의 개편안이 수능 변별력을 낮춰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을 막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탓이다. 당초 교육부는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 등을 없애겠다며 수능개편안에 전과목 절대평가 또는 절대평가 과목 비중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공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갔다. △수시-정시 비율 조정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한 8월까지 고작 남은 시간은 한달 하고 보름. 여전히 개편방향은 오리무중이다. 일선 학교현장에선 뚜렷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아 개편안의 당사자가 될 중3 학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방과후 영어교사들이 28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실 수강금지에 대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내년 2월부터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된다. 이들은 이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이라 주장하며 항의했다. 2017.11.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학교 영어수업 폐지 결정도 손봐야한다. 지난 3월부터 초등 1·2학년생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막기 위해 2014년 제정된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일명 '선행학습금지법') 때문이다. 이 법은 초등 1·2학년의 방과 후 학교 영어수업 폐지를 3년간 유예했고 정부는 일몰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나친 선행학습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의 영어 수업을 중단하면 사교육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정부가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추진하던 사설 유치원의 영어 특별활동 금지는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가 직접 고액 사교육을 유도한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이같은 방침을 3주만에 철회하고 오는 2019년 1월까지 유예해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문재인정부 '공교육 정상화' 기조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유예러쉬'는 오히려 혼란을 유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국은 뇌관은 놔두고 폭탄만 돌린다는 뜻이다.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외고와 자사고가 폐지되어야 하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19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7.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밖에도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앞으로 교육계의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폐지방법은 간단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해당 시행령에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설립근거 조항을 삭제하고 고교 유형에 따른 선발시기 규정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방법을 실현하기는 간단치 않다.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한 탓이다. (외고·자사고가) 전문교육을 통해 학교의 다양성을 확대해왔다는 주장과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맞서며 이번 교육감선거에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미 정부의 고교 서열화 해소 로드맵은 닻을 올렸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2019학년도 서울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전기에 학생을 선발했던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일반고와 함께 후기에 학생을 선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반고와의 '동시선발'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고등학교 간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학교 돌봄교실도 '핫' 이슈로 꼽힌다. 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으로 지역돌봄사업에 학교도 주체로 참여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간이 된 '유휴교실 활용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놓고도 논란이 거세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원하는 부모들과 시민단체는 환영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돌봄'을 위해 '교육'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관리문제에 대한 현실적 고민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학교에 들어오면 관리감독이 이원화되고 사고발생시 책임문제에 대한 고민도 있다"며 "선생님들은 대체로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봄을 일원화하면 되는데 현재 여성부, 교육부, 복지부로 나뉘어 셈법이 복잡하다"며 "교육계 내에도 돌봄을 가져오길 원하는 측과 지방자치단체나 타 부서로 넘기길 원하는 측이 반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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