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보수정당이 사라졌다

[the300]

김민우 기자 l 2018.06.15 04:50

노무현정부 임기 말인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16석 가운데 12석을 차지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은 230석 가운데 155석을 석권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광역 1곳 기초 19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당시 변화를 원하던 국민들이 철저하게 '여당'을 심판했다.

2006년 지방선거와 이어진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이후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다퉜다. '인물'을 중심으로 분화되기도 하고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기도 하면서 분당과 합당을 거듭했다. 당시 '지리멸렬하다' '봉숭아학당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쇄신과 혁신의 과정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때로 정치공학적으로 흐르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으며 진짜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나가며 당을 리셋(reset) 했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심판'이 일어났다. 야당은 12년전보다 더 처참하게 패배했다. 광역자치단체장 17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4석을 차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2석을 가져가는데 그쳤다. 기초자치단체장 226석 중 민주당은 151석을 가져갔지만 한국당은 53석 확보에 그쳤다.

한국당의 지지기반이였던 영남지역중 대구와 경북만 겨우 사수했고 부산·울산·경남 모두 민주당에 패했다. 한국당 강세지역이라고 분류되는 강남3구 중에서도 서초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본다면 한국당은 이제 영남을 기반으로한 '전국정당'이 아니라 대구·경북의 '지역정당'이 됐다.

보수 유권자들은 보수적통을 주장하는 한국당에게 표를 주지않았다. 여당을 견제할 힘을 몰아주지도 않았다. 중도개혁보수를 주장하는 바른미래당은 더 철저하게 외면했다. 보수성향의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에서 '보수정당'은 없었다. 아니 유권자들이 '자칭 보수정당'을 없앴다는 표현이 적절할 수도 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부패로 망한 보수정당이 분열을 두려워하다 또 다시 망할 판이다. 보수 정당도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 공학적 차원에서의 이합집산은 안된다. 이미 공학적 접근은 바른정당 창당과 바른미래당 합당 실험으로 한차례 실패했다. 가치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논쟁하고 혁신해야한다. 필요하다면 '헤쳐모여' 수준의 새판짜는 것도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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