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 입법지원 역량 강화하려면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①위원회-행정부서 구분 ②적극적 의견제시 ③평가시스템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l 2018.06.28 15:24
법원행정처는 사법부의 예산이나 인사 등 행정사무 기능을 담당한다. 전국 3000여명의 판사 중에 30여명이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인 재판과 관련이 없는 곳이지만, 대법원장 직속이어서 인사와 예산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법원행정처는 엄선된 엘리트 판사들의 집합소가 되었고 그곳을 거치면 사실상 승진이 보장되었다. 현재 지난 법원행정처에서 일하던 판사들의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애초 판사가 재판과 관련이 없고, 성격상 상명하복이 관철되는 행정조직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사무처의 경우도 법원행정처와 유사하게 행정사무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이하 ‘행정부서’)가 여러 개 있는데, 이들 부서가 입법 등 국회의 본질적 기능에 관한 업무를 하는 위원회보다 선호되고 있다. 의장과 총장 직속이어서 인사와 예산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행정부서 등에서 근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인사운영으로는 위원회 전문위원에게 전문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한 검토보고서 작성에 있어서 입법조사관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높고,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수정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대부분 찬·반 의견을 균형적으로 제공하거나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런 풍토는 전문위원의 전문성 함양에 부정적이다. 더구나 최근 법안 급증에 따른 위원회의 업무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회사무처 공무원들의 행정부서 선호 및 위원회 기피가 심화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국회 소속 공무원의 경력개발에 관한 운영지침’에 따라 1개의 전문분야를 지정받은 3급 과장급부터 6급까지의 공무원에게 전문분야별 보직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은 위원회를 3개의 전문분야와 공통전문분야로 나누고, 전문분야에 속하는 직위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같은 전문분야에 속하는 공무원 중에서 적격자를 선정하여 보직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행정부서는 하나의 전문분야로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직운영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사실 인사운영상 이 보직관리제가 철저히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의 경우 분야가 다르더라도 입법이나 예산 검토 업무 등에서 공통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보직운영을, 지정된 전문분야로 반드시 국한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행정부서의 경우는 이러한 보직관리 대상에서도 아예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위원회 사이의 업무보다 위원회와 행정부서의 업무가 오히려 서로 더 이질적이다. 더구나 계속 행정부서에만 근무하는 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고 계급이 높을수록 행정부서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행정부서의 근무경력도 빈익빈 부익부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도 위원회와 행정부서 사이의 보직운영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지난 5월 31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개혁의 일환으로 법무부 내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소위 탈검찰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경찰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도 사법부 등의 행정업무 담당인력의 분리 추세에 부응하여 △행정부서 전체를 하나의 전문분야로 나누고 △모든 행정부서는 원칙적으로 고위직급까지 포함하여 지정받은 공무원 중에서 적격자를 선정하여 보직하도록 하여 △위원회와 행정부서를 분리함으로써 입법지원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랫동안 행정부서에 근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수석전문위원 임용 전에 반드시 전문위원 단계를 거치도록 하여야 한다.

현재 법안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찬·반 의견을 균형적으로 제공하거나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적시하는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처리와 입법의 품질 제고에 기여하기 어렵다. 박범계 의원은 313회 임시회 제2차 법제사법위원회(2013년 2월 19일)와 2015년 12월 16일 ‘의원입법의 발의 전 절차적 제도 도입과 입법실무의 개선’ 세미나에서 검토보고서의 부실문제를 국회의 첫 번째 개혁과제라고 지적하고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적시하는 검토보고는 조속히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사무처의 일반적 인식은 검토보고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국회법(42조)과 국회사무처법(9조)을 보면 검토보고는 자료의 수집·조사·연구 및 그 자료의 제공과 별개로 규정하고 있고, 국회사무처에서 발간한 ‘국회법 해설(2016)’을 보면 검토보고는 안건의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조사·검토하여 보고하게 함으로써 안건심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고 있다. 의원들은 지난 4월 학위취득유예제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의안번호 12767) 사례에서 보듯 전문위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정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의원입법 시대에 전문위원의 입법지원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관련하여 현재 국회사무처에는 전문위원의 업무내용을 감독하거나 전문위원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는데, 이는 구조적 문제로서 조속히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현재 업무실적평가제도가 운영되고는 있지만 그것은 전문위원제도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반적인 것으로서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 정의화 의장에 이어 정세균 의장도 전문위원 평가시스템의 도입을 지시하였지만 결국 부서 평가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국회사무처가 전문위원 평가시스템을 도입하여 평가결과를 수석전문위원 임용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행정부서 선호에 따른 문제가 개선되면서 입법지원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국회사무처의 존재 의의를 높이는 길이다.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수석전문위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