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서 나온 다른 범죄의 증거, 어찌하오리까

[the300][이주의법안]함진규 한국당 의원 발의 '압수수색 최소화법'..별건증거와 별건수사의 근본적 해법은

조현욱 보좌관(금태섭 의원실), 정리=우경희 기자 l 2018.07.13 04:50


#후보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찾던 수사관 A씨. 그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하던 중 깜짝 놀랐다. 공직선거법 외에 후보자의 뇌물수수 범죄에 관련된 증거까지 발견하게 된 것. 

피의자의 마약 판매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수사 중이던 수사관 B씨. 그는 압수한 피의자의 휴대전화에서 또 다른 인물 C씨의 성폭행 범죄에 관한 증거를 발견했다. 과연 수사관 A씨와 B씨는 확보한 증거물로 후보자의 뇌물수수, C씨의 성폭행 범죄를 처벌할 수 있을까. 아니, 당연히 처벌해야 할까.

2011년까지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은 상당히 폭넓게 작동했다. 이후 법 개정을 통해 ‘필요한 때’ 증거물을 압수하던 절차가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압수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실제 2013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녹음 내용을 증거로 기소됐던 윤영석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법원은 위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을 적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당시 “윤 의원의 금품 제공 증거로 제시됐던 인물의 휴대전화 기록이 다른 국회의원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므로 윤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마약사건 판결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피고인은 조사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본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재판부는 피고인 휴대전화에서 취득한 증거에 대해 비록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하더라도 억압이나 강압이 없었어야 하고 범죄 혐의와 연관성이 있는 범위의 전자정보(대화, 메시지 등)에 국한돼야 그 증거취득이 적법하다고 인정했다. 서두에서 언급한 후보자, 내지는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C씨의 성폭행 범죄 증거가 법원에서 적법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압수수색 최소화법’이다. 수사기관의 과도한 압수·수색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인데 압수의 범위를 해당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자는 내용이다. 피의자의 사생활 등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주거와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우리 헌법은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른바 ‘영장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영장주의를 위반한 증거는 더 이상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을 통제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형사사법권의 적절한 행사라는 공익과 국민의 권리, 프라이버시의 보호라는 사익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 지의 문제다.

◇“이 법은 타당한가?”=현재까지 법원은 두 가지 상반된 판단을 내려왔다. 윤 의원의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심은 휴대전화 녹음 내용을 간접증거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수집된 증거가 그 자체로 다른 범죄의 증거로서 의미 있는 경우 다른 범죄를 수사하고 증거로 사용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결정했다.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별건 범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엇갈린 판결은 입법적 조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증거와 사건과 관계, 즉 ‘관련성’의 기준이 문제다. 압수된 증거가 △범죄사실과 객관적으로 관련이 있고 △혐의가 있는 피의자 또는 공범관계와 관련이 있으며 △범죄시점과 관련이 있으면 범죄와 압수증거의 ‘관련성’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굳이 법 개정을 통하지 않아도 현행법에 따라 법원이 관련성 기준을 분명히 하면 된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근거다.

문제의 출발은 정치인이나 기업인에 대한 수사에서 논란이 되는 소위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고 있고 ‘필요한’ 수사를 ‘선택적’으로 하고 있는 현실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증거, 즉 별건 증거를 다른 수사로 확대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기관의 인권침해를 견제하고, 검찰의 선택적 수사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 부당한 압수수색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수사와 수사지휘를 하는 기관을 분리시켜야 더 이상 별건증거에 기댄 별건수사를 막을 수 있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라는 병은 감초 처방으로는 고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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