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기싸움과 '돌이킬수 없는 지점'의 입구

[the300]文 "약속 안 지키면 국제사회 심판…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

최경민 기자 l 2018.07.13 16:31
【싱가포르=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싱가포르 오차드 호텔에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 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가 주최하는 ‘싱가포르 렉쳐’에 연사로 초대돼 ‘한국과 아세안 :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상생의 파트너’를 주제로 연설을 마치고 왕 궁우 연구소 이사장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렉쳐(Singapore Lecture)는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행사이다. 2018.07.13.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교환에 합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협상이 20% 수준에 도달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후 싱가포르를 찾은 문 대통령은 13일 '싱가포르 렉처' 강의를 통해 "양 정상(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협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하며, 그 지점이 멀지 않다는 의미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협상이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근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각론에서 실무적인 의견충돌이 있을 수는 있지만 테이블을 물릴 수 없는 곳까지 협상이 진행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드러난 현상은 우호적이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협상은 난기류를 만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제3차 방북 이후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진행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비핵화 이행 협상은 오히려 양측의 '갈등'만 부각시켰었다. 북측은 미국의 협상 태도을 비판하며 '강도적'이라는 날선 메시지까지 냈다. 

분명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지만, 그만큼 첫 협상의 의제가 민감했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파악되기로는 미국은 핵신고 및 비핵화 시간표를,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불가역적인 성격을 지닌 개념들이다. 

핵신고 및 비핵화 시간표에 북한이 동의를 하면, 신고한 핵무기를 합의한 일정에 맞게 처리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약속 미이행으로 북한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 미국이 보장하는 종전선언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적대적 관계가 청산이 되면 지금까지 가해진 '최대한도의 압박'의 존재 이유가 약해진다. 제재해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데,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일정 수준의 비핵화 이행을 한 뒤에서나 가능한 조치다.

결국 양측이 주고 받아야 하는 첫 이행조치부터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실무협상은 순탄치 않은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실제로 이행해 나가는 실무협상 과정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첫 수를 두는 것부터 상당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불가역적인 성격을 가진 첫 이행조치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에 근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협상판을 유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심판'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큰 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 점은 긍정적이다. 북미 간 잡음에도 협상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친서에서 김 위원장도 "나와 대통령 각하(트럼프)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며 협상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수차례 "결국에는 양 정상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근접했고, 실무적인 이견에도 불구하고 협상판이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귀국 후 문 대통령의 '협상 중재자'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국과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비핵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향후 역할을 예고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전격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아주 멋진 글,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친서를 첨부했다. 2018.07.13.(사진=트럼프 미 대통령 트위터 캡처)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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