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 "페미니스트의 분노, 이제 시작이다"

[the300][피플]서울시장 후보 출마했던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위원장

김하늬 기자 l 2018.07.17 04:35


학생 단발령이 절대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은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는 말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순응할 명제였다. 등교길 정문앞에서 자를 들고 두발검사 후 기합을 주던 선도부의 모습은 학창시절 추억으로 포장되곤 했다. 하지만 2000년이 지나면서 일부 ‘시건방’ 진 중고등학생들이 단발령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시건방’진 표정 논란으로 유명세를 치른 서울시장 후보. 거기에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걸고 다소 도발적인 선거 운동을 펼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위원장. 그도 당시 중학생 신분으로 온라인상에 ‘한국청소년모임’을 만들어 청소년 인권운동을 했다. 그의 첫 ‘시건방’ 진 정치활동이었다.

지난 13일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신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졌다는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출마 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 정치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남북 대립을 넘어선 새로운 시대에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던 한국당은 몰락하고 있고, 20대는 새로운 메시지를 원했다”고 자평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포스터 속 내 표정이 ‘시건방지다’며 욕을 먹는 현상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 정치인들은 ‘호남의 며느리’, ‘영남의 딸’ 을 자처하며 ‘살림꾼’ 이미지를 고착화 시켰다”며 “나는 그와 달리 당당하고 동등하게 시선을 맞추는 하나의 인격체로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파장은 ‘페미니스트 시장’ 구호였다. 신 위원장은 “페미니즘은 녹색당이 추구하는 6개의 헌정가치 중 하나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 페미니즘 시장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정치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의 목소리에 서울시민의 1.67%(8만2874명)이 답했다.

신 위원장은 혜화역 페미니즘 시위부터 ‘탈(脫) 코르셋’운동, 그리고 일부 극단적인 페미니즘 사이트의 ‘남성혐오’ 게시물 논란 등을 지켜보며 “내가 페미니스트를 다 대표할 수 없다”면서도 조심스레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혜화역 시위와 관련 “거리로 뛰쳐나온 여성들의 분노가 페미니즘 논의를 사회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가히 혁명적”이라며 “뿌리 깊은 성차별과 갈등의 구조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조금 더 깊은 불편함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조금 더 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과격한 남혐(남자혐오) 표현이 대중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신 위원장도 우려를 표했다. 다만 현재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사회가 오래 품어온 남성 우월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바꾸려다 보니 반(反)사회적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신 위원장은 “예컨대 ‘재기하라’는 구호는 지양해야 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특정 집단이나 인물을 악마처럼 몰아붙이지 말고, 분노의 원인과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페미니즘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내놨다. 신 위원장은 “배제가 아닌 평등함에 관한 문제로 논의가 발전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연대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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