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정표' 헌법…현대사 굴곡따라 흐른 개헌의 역사

[the300]9차 개헌 전까지 40년 동안 4년6개월마다 한번 꼴로 개정…국민의 뜻따른 개헌은 3번뿐

김민우 기자 l 2018.07.17 04:51


헌법은 대한민국의 이정표다. 역사의 큰 변곡점이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제시했다. 국민의 힘으로 독재를 끊어 냈을 때는 민주사회의 밑그림을 그렸고, 군부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을 때는 독재정권의 밑그림을 그렸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17일 처음 공포됐다. 그해 5월10일 해방 후 최초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를 실시, 198명의 국회의원이 제헌국회를 열었다. 제헌국회는 헌법기초위원회를 구성해 곧바로 헌법을 만들기 시작했고 대통령간선제와 단원제를 골자로하는 제헌헌법을 만들었다. 이 헌법에 따라 8월15일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이후 헌법은 70년동안 총 9차례 개정됐다. 마지막 개헌이 이뤄진 1987년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40년동안 4년6개월마다 한 차례씩 개정한 셈이다. 9번의 개정 중 국민의 열망에 의해 개정된 것은 3차·4차·9차 개헌 단 3차례 뿐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첫 개헌은 1952년 7월7일에 이뤄졌다. 1950년 5월3일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자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에서의 간접선거로 본인의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계엄령을 선포, 정부안과 국회안에서 일부 발췌해 개헌을 단행했다. 이 개헌을 ‘발췌개헌’이라 부른다.

2년 뒤인 1954년 9월에는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조항을 폐지하는 ‘3선개헌’이 단행됐다. 이 대통령의 집권연장을 위해서였다. 국회 투표 결과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가 나왔다. 개헌 정족수인 재적 의원의 3분의 2에 한 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하지만 이승만은 ‘사사오입’(四捨五入)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개헌안 가결을 선포했다. 

3차 개헌은 국민의 힘으로 이뤄진 첫번째 개헌으로 평가받는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대통령에 재당선된 이승만 대통령은 결국 4.19 혁명으로 대표되는 성난민심에 굴복한다. 정치권은 의원내각제를 골자로하는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을 단행한다.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 침해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사전허가 및 검열 금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아 앞선 헌법에 비해 민주주의 요건을 비교적 충실히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4차 개헌은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구조를 손대지 않은 개헌이다. 3월 15일 부정선거 책임자 처벌을 위해 소급처벌입법 제정의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개헌이었다.

5차개헌은 1961년 5.16 쿠데타의 주도세력이 모인 ‘국가재건최고회의’에 의해 이뤄졌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2년 7월 헌법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헌법개정안을 작성했고 11월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의결돼 국민투표를 거쳐 12얼26일 공포됐다. 사회 혼란 수습을 위해 강력한 대통령제를 실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내각제를 폐지하고 한차례 중임이 가능한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채택했다.

6차개헌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의 3선을 위해 공화당이 추진해 ‘3선개헌’으로 잘 알려져있다. 임기를 2년여 남겨뒀던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계속 재임은 3기에 한한다”라는 개헌안을 내놨고 이를 9월 14일 새벽 2시 30분, 122명 출석에 122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시 야당인 신민당이 국회의장 단상을 점거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국회 제3별관에 몰래 모여 날치기로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6차 개헌을 통해 3선에 성공한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10월17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를 해산한 박 전 대통령은 입법권을 대행하는 ‘비상국무회의’를 세우고 여기서 그 유명한 ‘유신헌법’을 의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해 직선제를 폐지,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는 간선제를 도입하고 영구집권을 허용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8차개헌은 전두환·노태우를 중심으로한 신군부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서거 후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이뤄졌다. 1980년 9월 1일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헌법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대통령 간선제와 7년 단임제가 주요 골자다.

현행헌법인 1987년 개헌은 민주항쟁의 거센 바람 속에 여야 합의 하에 이뤄졌다. 민정당 노태우 대표가 1987년 6월29일 대통령직선제를 약속한 데 이어 여당의 6년 단임제와 야당의 4년 연임제를 절충한 5년 단임제가 국회에서 발의됐다. 

2018년 대한민국은 대통령 개헌안이 나왔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기존의 헌법을 버리고 새로운 이정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작 국회 동력이 여의치 않다. 무산된 개헌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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