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 변화없다..선회 아니라 병행" 靑 최저임금 돌파 고심

[the300]"현실조건 따진 것일 뿐, 소득주도 성장 그대로"

김성휘 기자 l 2018.07.17 14:37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2018.07.16. photo1006@newsis.com

'(소득) 높이고 (내수) 살리고 (일자리) 늘린다.'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와 서민경제 정책의 틀을 압축한 표현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연일 논란이 됐다. 세 가지 명제 중 맨 처음 소득증대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소득주도 성장론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현실에 발붙인 구체적 대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17일 청와대 관계자를 종합하면 최저임금 인상 반발과 고용지표 등 악조건에도 소득주도 성장론은 여전하다.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전날 "2020년까지 1만원이라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한 데 대해서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의 사과는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 방향이 잘못됐다는 사과가 아니다. 2020년 1만원 달성이란 시기를 약속대로 맞추지 못할 뿐이다. 이 관계자는 "단지 그렇게 추진하는데 제반 조건과 상황이 여의치 않은 점, 현실적 조건들을 따져서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사과한 것"이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가능한 조기에 1만원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소득) 높이고 (내수) 살리고 (일자리) 늘린다'는 방향은 유효하다. 

관건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속도다. 문 대통령이 규제개혁 등 각종 정책에 '더 빠르게'를 요구하고 있지만 유독 이 분야만큼은 '더 알맞게'를 내걸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안전운전을 강조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당정협의를 갖고 그 안전판을 모색했다.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대상과 지원액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 영세자영업자에 대해선 일자리 안정자금 운영방안 등의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경제가 최저임금 인상을 감내할 수 있도록 정부재원을 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고,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으로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반박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선회가 아니라 병행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게 다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가는 경제정책 전반을 대하는 시각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한 번 정한 핵심목표는 어지간해선 흔들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접근법은 외교 등 다른 정책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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