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문건, 송영무는 '미뤄도될 사안'-靑은 '내란 가능성'

[the300]3월 국방부 보고 후 4개월 동안 사건의 재구성

최경민 기자 l 2018.07.17 17:08

/그래픽=이승현 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2017년 촛불시위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을 검토한 문건의 존재를 처음 안 것은 지난 3월16일이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지만 청와대에 즉시 알리지 않았다. 

송 장관 본인에 따르면 '정무적 판단'을 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 중이었고, 남북 간 대화 무드가 무르익고 있었으며,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쟁점화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송 장관은 '보고를 미뤄도 될만한 사안'으로 파악했다.

송 장관은 3월18일 평창패럴림픽 폐막행사 자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문건을 언급했다. 송 장관은 "군이 탄핵 심판 무렵 치안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 검토한 서류가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군에서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 자체를 진압하려는 의도 하에 작성한 서류라면, 군의 정치관여로 볼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치안유지가 어려운 상황을 예상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한 것이라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감사원은 이후 "일반론 수준의 답변을 했다. 기무사의 문건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의뢰받거나 이에 대한 검토를 실시한 적이 없다"며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해당 문건을 제시받거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일반적인 대화로 보았고, 법률 검토라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송 장관은 4월30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과 한 기무사 개혁 회의에서도 관련 문건을 간략하게만 언급했다.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집회 당시 '계엄을 검토한 문건이 존재한 문제점'을 거론한 정도였다. 문건이 중요하게 언급되지도 않았고, 원본 혹은 문서를 배포하지도 않아 청와대 참모진들도 추가적인 질의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국방부는 6월28일에야 청와대에 문건 내용을 보고했다. 송 장관은 이때까지 국무회의 등 여러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해당 건을 자세하게 보고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후 처음에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보고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대해 참모진들이 일정 수준의 검토를 한 후 대통령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시의 정황을 맞춰가면서 문건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대통령에게 보고돼 가는 과정에서 점점 위중하다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문건은 아니라고 본다"며 "6월28일 보고 이후 검토에 들어가서 당시 정황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7월5일)를 거쳐, 문 대통령이 인도·싱가포르 순방을 출발(7월8일)한 이후까지 관련 논의를 지속했다. 법률적이고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심사숙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참모진들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인도의 문 대통령에게 전했고, 문 대통령은 9일 밤 현지에서 직접 군 독립수사단 구성을 통한 고강도 수사를 지시했다. 이같은 내용은 서울의 김 대변인이 10일 발표했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군 문서를 즉시 보고하라고 또 다시 지시했다. 군 독립수사단이 공식 출범하고 수사를 시작한 날이었다. 군 독립수사단과 별개로 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창군 후 최초로 군 독립수사단 수사를 지시한 것에 이은 이례적인 보고 지시는 문 대통령이 관련 문제를 얼마나 위중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련 사실을 파악한 후 4개월 동안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송 장관과 인식 차이도 분명하다. .

군 일각에서 갖고 있는 인식과 달리, 이번 건이 '내란 음모'일 수도 있다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다. 촛불의 '적자'임을 내세워온 문 대통령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사안이 됐기 때문에 군 수사단도 집중력있는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독립수사단 구성과 청와대의 직접 수사를 통해 이번 건은 국방부 장관의 손을 떠나게 됐다. 송 장관에 대한 질책이 분명히 섞여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다가오는 '개각'에 국방부 장관직이 포함될 지 여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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