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결국 국민이 손해 볼 것"

[the300][단독 인터뷰]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기금수익 극대화 위한 주주역할' 강조

이재원 기자, 정진우 기자 l 2018.07.20 04:00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8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 아닌가. 편지 하나 보냈다고 여론이 이렇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의 토로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본부가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낸 것을 두고 “재벌개혁 개입, 연금사회주의”란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해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2.5% 가량 보유한 2대주주다. 지난달 5일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내 조양호 회장일가의 일탈 의혹에 대한 해명과 문제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국민연금이 가만히 있으면 결국 국민들이 손해를 본다”며 최근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에 입을 열었다. 공단의 임무인 ‘기금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최소한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주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자 철학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국민정서와 궤를 같이한다. 김 이사장은 “과거엔 장기투자자로서 손해가 발생해도 침묵했다”며 “이젠 국민들이 손해를 보면 가만히 있지 않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요구에 발맞춰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서한은 ‘가장 낮은 수준’의 주주권 행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화전략’이라고 표현했다. 김 이사장은 “과거엔 침묵했지만 이젠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냐고 묻는 것’”이라며 “전면적 주주권 행사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낮은 수준의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당장 고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에 대해선 “정부로부터 독립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김 이사장은 “시장 이해관계자들은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고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금운용본부장(CIO) 공모에서 최종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에 대해서도 “이같은 자리에 과연 일반적인 공직자의 잣대를 적용해야 하느냐"고 조심스런 질문을 던졌다. 곽 전대표는 본인과 아들의 병역 면탈 의혹으로 낙마했다. 13세 때 미국으로 이민한 곽 전대표가 30세 넘은 나이에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면서 병역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은 병역법 위반이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민감정을 고려해 이를 병역기피로 판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해외투자 경험 등 능력 있는 인물들을 임명해 기금운용본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전투해야 할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능력을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른바 ‘전주 리스크’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였다. 공단이 전북 전주에 위치하다 보니 우수 인력이 공단 근무를 꺼리고 해외바이어들의 접촉도 쉽지 않다는 게 ‘전주 리스크’의 내용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운용역 20명을 뽑았는데 ‘전주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왔고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면서 “10~20년간 근무해 CIO도 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활동무대는 서울이 아니라 런던, 뉴욕 등이어야 한다”면서 “해외투자를 강화할 텐데 팀장급인 해외사무소장을 실장급으로 올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이곳(전주)에서 생활하면서 비즈니스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것”이라며 “100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만들어 만족도가 높은데 영어 전담 유치원도 있으면 좋겠다고 해 협의중”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연금을 흔드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선 강하게 받아쳤다. 김 이사장은 “일부 전직 직원들의 불만만 듣고 국민연금을 흔드는 것은 노후를 흔드는 것”이라며 “핵심은 전주냐, 서울이냐가 아니고 제대로 평가하고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를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금운용직 40명의 재계약, 심사를 진행해 성과저조자 2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우수한 운용실적을 낸 직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엔 실적이 나빠도 불이익이 거의 없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오히려 떠나는 일이 생겼다”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있는 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에 30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차 공모 때는 16명이 응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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