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 노회찬의 투신…흔들리는 진보정치

[the300]노동·진보로 채운 정치인생…"믿는다" 지지 보낸 정의당에도 충격

이건희 기자 l 2018.07.23 12:44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이동훈 기자

노동·진보정치계의 선구자로 평가받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투신으로 진보정치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각에선 지지율이 상승하며 승승장구하던 정의당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모 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미뤄볼 때 노 원내대표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됐다.

노 원내대표는 민주화·노동운동, 진보정당 육성이라는 길을 고집한 진보정치계의 대표주자였다. 3선 의원직을 맡는 동안에도 그는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인으로만 살았다.

노 원내대표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17대 의원 시절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아온 검사 7인을 공개한 이른바 '삼성 X파일'을 폭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2013년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19대, 20대 국회에 연이어 이름을 올렸다.

또 그는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하며 촌철살인의 언행으로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JTBC '썰전'에도 고정 출연했다.

다방면으로 활약한 그의 사망 소식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가 몸담은 정의당의 충격이 컸다. 6.13 지방선거를 마친 뒤 정의당은 국민들로부터 기존 여야의 대안세력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 지지율을 차지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최근 '드루킹' 특검 수사 과정에서 노 원내대표가 불법정치자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도 그를 향해 신뢰를 보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거듭 "노 원내대표를 믿는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는 지난 22일 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해서도 "노 원내대표가 당원의 걱정을 잘 알고, 언론을 통해 봤듯 당당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하지만 정의당뿐 아니라 정치권은 이날 노 원내대표의 비보를 전달받아야 했다. 정치권 모두 애도를 표하며 말을 아꼈다. 정의당은 "사실관계 확인을 하는 중"이라며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낮 12시40분쯤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자세한 사항은 저희도 파악 중이고, 오늘 오후 3시 정의당 국회에서 정의당 긴급회의를 열겠다"고 알렸다. 그는 "고인과 관련된 억측과 무분별한 취재는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노 원내대표를 지지하며 진보정치를 추구한 정의당원들도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한 정의당원은 온라인 당원게시판을 통해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며 "무슨 말을 더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애도를 표했다.

비통하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자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왔다. 한 당원은 "그냥 (노 원내대표를) 기다려주는게 최선이었나"라며 "지금은 슬퍼해야 할 때지만 동시에 그 슬픔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