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레터]김성태 원내대표의 '팀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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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l 2018.08.01 14:40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등과 함께 첫 민생방문 결과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말 험하게 하지마라. 상당히 거슬린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민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현장탐방을 마친 뒤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시민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당 혁신을 위한 비대위가 출범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시민들의 요구는 여전히 '막말하지 마라'였다.

막말은 본질을 흐린다. 주장하고자 하는 본연의 내용보다는 막말 그 자체가 주목받는 탓이다. 이 때문에 때로는 정치적 수사로서 본질을 흐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될 때도 많다. 이른바 '물타기'다. 최근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속앓이 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당이다. 

김 원내대표는 31일 오전 '계엄령 검토문건' 등 기무사에 대한 각종 문제제기를 해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계엄령 문건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김 원내대표의) 성 정체성 운운 발언은 한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정의당은 "개인의 성적지향을 모욕함으로써 기무사 개혁이라는 본질을 흐리려는 저열한 정치공작"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전쟁을 대비하는 위험에 가득찬 군대를 성정체성과 관련된 시각으로 재단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어느 부분이 성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한국당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말하자면 김 원내대표의 소신발언"이라며 "제 생각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당의 전체적인 가치의 흐름을 잡고 경제이슈 등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슈를 다른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구조는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추구하는 본질을 흐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르고 버리지 못할 때에는 새로운 것을 세워서 덮어야 한다"며 "새로운 가치와 깃발을 세우는 일을 하겠다"고 취임 후 줄곧 밝혀왔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비대위가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기도 전에 '성정체성'과 같은 논쟁적 성격이 강한 가치들이 한국당의 주요 가치인양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팀킬'"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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