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주 김병준 비대위, 연착륙 평가 속 '통합가치' 시험대

[the300]이념투쟁·현장방문 긍정평가…일각에선 "'노무현 정신' 강조, 보수에 맞지 않는 옷"

강주헌 기자 l 2018.08.08 14:43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민생방문 결과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출범한 지 3주 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김병준호(號)가 순항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 정부를 '국가주의' 프레임으로 비판하고 '통합' 가치를 설파하는 행보로 연일 주목을 끌면서다. 노무현 정신 강조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는 풀어야 할 숙제다.

 

비대위는 위원회 산하에 구성된 4개 소위원회 인선을 마무리 하는 등 본격적인 당 혁신 작업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가치와 좌표 재정립소위, 정책·대안정당소위, 열린·투명정당소위, 시스템·정치개혁소위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각각 첫 회의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소위 위원장과 위원들과 이날 향후 활동 방향과 구체적인 소위의 명칭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인선을 통해 비대위의 '인적청산'을 염려하는 당내 반발을 끌어 앉으며 화합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4선 중진 정진석·나경원 의원이 비대위 소위에 합류했다.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판해왔던 성일종 의원도 참여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계파색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인사"라며 "인적청산보다는 당내 통합을 강조하다보니 비대위 체제에 부정적이었던 의원들도 반발 기류가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일 오전 민생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양천구 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이날 오전 4시30분부터 양천구 공영차고지를 시작으로 버스와 전철을 타고 양천구 신영전통시장과 양재동 꽃시장과 등을 찾아 서민들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등 첫 민생행보를 진행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비대위의 '연착륙' 평가에는 김 위원장의 '이념 투쟁' 행보가 유효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출범하면서부터 정부의 '국가주의'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7일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시장 개입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강하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를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보수는 자율주의라는 가치를 점유하는 구도를 만든 셈이다.

 

비대위에 참여한 한 한국당 의원은 "당내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이냐 아니냐를 놓고 싸우지 않고 보수의 가치를 재설정한 뒤 정부와 각을 세우는 등 '피아 구분'을 명확히 했다"며 "위원장이 던진 자율주의, 탈(脫)국가주의 등 화두를 가지고 당내에서 생산적인 논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진행 중인 민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현장 방문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한국당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꼰대', '구태', '막말'의 이미지를 던지고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비대위는 1일 버스와 지하철, 도보로 다니면서 현장에서 국민들로부터 한국당의 혁신방향과 민생 전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8월 셋째주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전국 민생 현장을 방문하고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들이나 책임당원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노무현 정신 등을 강조하는 김 위원장의 행보가 보수당인 한국당의 색과 다소 결이 다르다는 불만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3년 반 만에 보수당인 한국당이 진보 진영 전직 대통령을 참배하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이다.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은 지난 2일 "노무현 가치를 너무 내세우는 듯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인으로서 귀감을 삼아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보수우파적 가치를 지키는 가운데 같이 병행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한 한국당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이 '인적청산'이라는 과거보다 '보수가치'라는 미래를 말하면서 큰 갈등을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통합을 말하더라도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보수 입장에선 용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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