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일 넘어 유라시아로..국회 역할을 말하다

[the300]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l 2018.08.10 04:45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최근 세상을 떠난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의 한 대목이다. 남과 북, 그 어느 쪽도 택하기를 거부한 주인공은 결국 바다로 투신하고 만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최근 한반도엔 전에 없던 평화의 기운이 감돈다.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70여년만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그간 사라졌던 남북교류의 광장을 활짝 열었다. 남북경협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며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잘 뒷받침하라는 국회를 향한 국민적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평화는 일상이 됐다. 이제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현안분석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남북,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70%에 달한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 역시 65%로 높았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운영 재개에 대한 긍정적 응답도 모두 60%를 상회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이처럼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제 일상이 된 평화를 경제적 성과로 끌어내기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다. 남북경협 활성화로 북한 및 동북아, 유라시아로 뻗어나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합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이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일궈냈던 남북경협의 성과가 물거품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1974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2000년 6.15 공동성명이 국회의 비준을 받아 법적 기반을 갖췄더라면 분명 더 장기적 관점에서 더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국회입법조사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상이 외교·안보분야에서의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답하면서도 그 동안 부족했다고 평가한 사실을 국회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국회가 실질적인 해야 할 때다. 각 개별 국회의원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입법과 예산 등 구체적인 과제들을 검토하고 실천해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겠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문을 활짝 연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등 남북합의 제도화에 필요한 초당적 협치를 이뤄내는 것이 우선이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대표의원을 맡아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라는 의원연구단체를 만든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여야 26인의 의원들이 함께 하는 이 연구단체는 남북관계가 일촉즉발로 치닫는 위기 국면에서도 통일을 고민하며 두 달에 한번 꼴로 정책세미나를 열어왔다. 

최근에는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이 모여 현재 중단되어있는 경원선 복원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남북교류의 선제적 준비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남측 에서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구간은 사업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데 뜻을 모았다. 끊어진 철길을 여야가 함께 바라보며 남북으로 연결된 철도가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21세기 대륙철도 시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터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공동의장으로 있는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에선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시민사회의 부름에 이제 우리 국회가 화답해야 할 때다. 남북교류에 따른 성과는 특정 정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과 역사의 것이라는 문제인식 위에서 이념을 넘어 서로 대화하고자 애써야 한다.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 가는 길! 문재인 정부가 어렵게 열어낸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이 역사의 반대 방향으로 후퇴하지 않도록 국회가 여야를 초월하여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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