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후 첫 민주당 기재위원장의 일성 "혁신성장 성장판 열고 간다"

[the300][런치리포트- 국회 상임위원장 사용설명서]①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의 4대 철학

이재원 기자 l 2018.08.16 04:50
정성호 신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사진=이동훈 기자



정성호 신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맞닥뜨린 현실은 팍팍하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거센 비판 속 흔들린다. 함께 간다는 혁신성장도 추진 동력이 아직 약하다. 후반기 국회에서 정 위원장이 풀어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오가는 기재위의 결정에 민생은 즉각 반응한다. 지난 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만난 그는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와 민생을 살리라는 책임을 주신 것”이라고 말한다.

1949년 민주국민당 홍성하 의원 이후 최초의 민주당 출신 기재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정부 경제 정책 원톱은 경제부총리”라며 문 정부 경제정책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과감한 지적과 제안을 던졌다. 후반기 기재위를 꾸려나갈 그의 철학을 네 가지 사자성어로 정리해봤다.

◇등고자비(登高自卑: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정 위원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선행적 준비작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의도는 좋지만 순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 경제가 최악으로 치닫는다는 평가가 많다.
▶과한 표현이다. 어느 정부에서나 경제는 늘 최악이라고 평가받았다. 꼭 성장률이 높아야만 잘 사는 것은 아니다. 행복과 만족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지수가 낮다. 기대수준이 높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하니 저소득층의 불만도 많아진다.

-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평가는.
▶이름의 문제지 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대선이나 총선때 후보자들이 국민의 소득과 최저임금을 높이겠다고 하지 않은 후보는 없다.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다만 그 속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부족했다. 구성원들 다수의 합의가 없는 정책 추진에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지적인가.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방향이 맞다고 해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감내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했다고 본다. 일단 올려두고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이니, 프렌차이즈 갑질을 근절하겠다고 한다. 모두 최저임금 인상에 선행했어야 할 정책들이다.

◇일로동행(一路同行·한 가지 목표를 위해 협조한다)

정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 갈등설, 알력설을 어떻게 볼까. 그는 “장 실장은 대통령의 그림자일 뿐, 경제 원톱은 김 부총리”라고 단언한다. 경제정책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의 역할을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 청와대와 기재부의 힘싸움이 포착된다.
▶ 당연히 ‘원톱’은 김 부총리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림자’가 돼야 한다. 그들은 대통령의 조언자들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최고 수장은 대통령 아닌가.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인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판단을 위해 참모들은 각 경제상황을 진단해서 보고하면 끝이다. 그 뒤엔 실무를 책임지는 부총리와 대통령이 논의해서 집행하는 것이다.

- 김 부총리와 이재용 부회장의 만남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 경제부처의 수장이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뭘 못하나. 외국에 가서도 사정하고 각 기업에 가서도 요청해야 한다. 투자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들은 것을 두고 요란떠는 자체가 문제다.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정 위원장은 “혁신성장이든 소득주도성장이든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의 관심은 혁신성장이다. 국회 입법으로 풀수 있는 문제가 많다. 규제혁신 법안들의 기재위 심의를 적극 독려, 혁신 성장판을 확실히 열고 간다는 계획이다.

- 혁신성장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경제 체질 개선의 핵심은 미래 먹거리, 신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규제와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타이밍이다. 

-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도 쟁점 중 하나다.
▶전체 경제구조가 서비스업으로 흘러간다. 고용창출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기본적 원칙을 선언하는 법이 서발법이다. 의료민영화 우려가 큰 것은 알고 있다. 대안을 만들면 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발생하면 바로 차단할 수 있는 제제규정 등이다. 몇년째 상임위에서 꿈쩍도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 규제프리존법, 지역특구법에선 수도권이 제외됐다.
▶아무 의미가 없다. 수도권 기업들을 지방가서 혁신하라고 하면 될까. 혁신 하나를 위해선 금융, 물류, 인력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특정 지역을 규제하고 풀어주고의 문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실질적인 지역분권도 필요하다. 국가가 재정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말로만 규제를 풀어서 될까. 시도지사에게 나름의 권한을 주면 특화 산업과 정책이 나온다.

- 규제혁신 외에도 한국경제를 위한 아이디어는.
▶최근 축소 분위기인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당장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 SOC 투자의 취업유발계수가 10억원당 13.9명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다. 정부의 생활밀착형 SOC 정도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메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남북 화해무드를 고려한 남북종단 고속도로 등을 고려해볼 만 하다.

◇고장난명(孤掌難鳴·손바닥 하나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

20대 국회 기재위에 계류된 법안의 수가 770여건이다. 상정만 되고 논의조차 하지 못한 법안도 340건이 넘는다. 정쟁 속에서 무기력한 상임위를 바라보는 정 위원장은 “당론만 좇는 돌격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다.

- 규제개혁을 하려 해도 국회가 움직여야 하는데.
▶여야 원내대표가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이대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의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해야한다. 국회는 입법부다. 하나하나가 ‘로 메이커(Law Maker)’ 들이다. 입법활동을 하라고 세비를 받는 것이다. 이를 하지 않으면 중대한 직무유기다.

- 여야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의회 민주주의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다. 당론만 고집하는 의원은 자격이 없다. 모두를 위한 차선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상임위원 하나하나가 입법기관이다. 당의 하수인이 아니다. 당론을 따라가는 돌격대가 돼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모두가 국익을 최우선한다고 선언하지 않았나. 그런 관점에서 심의에 임해야 한다.

- 타협을 끌어낼 복안은.
▶ 우선은 간사간 회동 등 최대한 자주 만나려 한다. 상임위 수석전문위원들에게도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부탁했다. 특히 쟁점법안의 경우 전문위원들의 전문성이 있어야 위원들 간의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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